삼성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그동안 삼성은 일정 지원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2차 전형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매년 SSAT에 응시하는 인원이 20만명에 이르는 등 지원자가 과도하게 몰리고 취업 시험준비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등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SSAT 응시 전 서류전형 절차를 도입해 신입사원 채용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이밖에 개편안은 전국 모든 대학 총장들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고, 상시로 지원서를 접수해 서류전형 후 SSAT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수시채용 제도를 운영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SSAT 문항도 바뀐다. 지식과 암기력 중심에서 논리력 중심으로 개편, 암기나 정답 가려내기 연습이 아닌 오랜 기간의 독서와 경험을 통해 개발되는 논리적 사고력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삼성은 "공채제도를 도입한 이후 수 차례의 제도개선을 통해 폭넓게 인재를 구하고 능력있는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열린채용'과 '기회균등채용'의 정신을 앞장서 구현해 왔다"며 "하지만 지원자가 과도하게 집중되고 취업을 위한 시험준비마저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등 인재선발 과정에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류전형 도입…SSAT 의존도 낮춘다
삼성은 갈수록 전문화, 세분화되는 직무를 수행하게 될 지원자를 심층적,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서류전형을 추가해 SSAT의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지원자가 한 번의 직무적성검사로 표현할 수 없었던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는 단순한 점수가 아닌 입체적 검토와 검증을 통해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서류전형을 도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도입하는 서류전형은 직무 전문성과 인재상 중심의 서류면접 수준의 전형으로 운영된다. 학점이나 학교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입사지원서는 세부 학업내역, 전문역량을 쌓기 위한 준비과정과 성과, 가치관 평가를 위한 에세이 작성 등으로 구성된다.
계열특성을 반영해 이공계는 전공과목 성취도 등을, 인문계는 직무관련 활동과 경험 등을 중점 평가하게 되며 서류전형만으로 변별이 어려운 경우에는 프리 인터뷰(Pre-interview)나 실기 테스트도 병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어학연수 여부, 직무와 무관한 자격증 등 전문성과 무관한 '보여주기용 스펙'이 아닌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 열정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준비된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또 상시로 지원서를 접수하고 서류전형 후 SSAT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수시채용 제도를 운영해 지원자의 편의를 높이고, 준비된 인재에게 항상 기회의 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SSAT 문항 개편…독서·역사에 중점
SSAT는 종합적 사고능력과 창의력을 보유한 우수인재가 고득점할 수 있도록 종합적, 논리적 사고를 평가하는 문항이 확대된다.
즉 지식과 암기력 중심에서 논리력 중심으로 개편, 암기나 정답 가려내기 연습이 아닌 오랜 기간의 독서와 경험을 통해 개발되는 논리적 사고력 등을 평가한다는 것.
상식영역은 인문학적 지식, 특히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늘려 역사에 대한 이해를 지닌 우수인재가 선발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SSAT 문항 영역에 공간지각력 항목을 추가하고 기존의 언어·수리·추리 영역의 문제도 논리력과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문제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총장에 '인재 추천권' 부여
아울러 삼성은 대학에서 평소 학업과 생활에서 인정받는 우수인재가 우대받을 수 있는 채용제도로 개편한다.
우선 '찾아가는 열린채용' 도입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현장으로 찾아가 발굴하고 수시로 지원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대학 총학장 추천제를 도입해 전국 200여개 모든 4년제 대학의 총장들로부터 우수한 인재를 추천받아 채용과정에서 혜택을 줄 예정이다.
삼성은 총장 추천을 받는 연간 5000명 정도의 지원자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바로 SSAT를 볼 수 있도록 혜택을 줄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대학총학장 추천제는 인재선발의 기능을 대학과 기업이 협업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전문능력 중심 인재 발굴
삼성은 또 지원서와 필기시험 등 기존 채용방법만으로는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직무별 전문인력을 다양한 방식의 발굴활동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직은 학력, 학벌이 아닌 전문능력 중심으로 발굴, 양성할 계획이다. 대학·기업간 산학협력 과제에 참여한 우수인재, 각종 논문상과 경진대회 수상자 등을 적극 우대한다.
툭히 소프트웨어(SW) 인력은 지난해 신규 도입한 인문계 우수인력 대상의 'SW 컨버전스교육'을 대학으로 확대, 전국 주요대학과 협력을 통해 전공 및 비전공 인력을 맞춤형 SW 인력으로 양성하는 등 인문·이공 통섭형 인재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영업마케팅직과 디자인·광고직은 전공을 불문하고 직무관련 경진대회 수상자나 인턴십 또는 실무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을 추천받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수인력을 발굴한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채용제도 개선을 통해 전문 역량을 갖추기 위한 꾸준한 준비와 노력, 열정과 경험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