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문용린)이 10일 오후 개정안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찬성·반대단체 간 첨예한 대립으로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고성이 오가며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는 교육법 전공자로 손꼽히는 서울학생인권조례 정책 연구책임자였던 수원대 강인수 부총장이 맡았고, 토론자는 서울특별시 학생참여단 김수경 명일여고 학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림중학교 이명남 교사,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오승걸 교장,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이경자 학부모, 서울학생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인권교육센터 '들'의 배경내 상임활동가, 협성대학교 김성기 부교수가 나섰다.
먼저 김수경 학생은 "조례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학생참여단에 사전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강한 항의와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학생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인 배경내 상임활동가도 "조례 개정안 입법 예고를 위한 기자간담회가 잡힌 지난달 30일 오전에야 개정 사실을 알았다"며 개정 과정에서 위원회를 배제한 것에 항의했다.
찬성단체측 입장을 대변해 가장 크게 호응을 얻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이경자 학부모는 "학생인권조례는 개정이 아니라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책임보다 권리부터 주장하는 '과잉 민주화', '과잉 인권'의 조례"라고 지적했다.
남서울중학교 오승걸 교장은 조례 재정 이후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학교 현장에 나타난 문제점도 지적했다. 오 교장은 "가장 큰 성과는 교육 현장에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처벌 중심에서 벗어나 상담, 심리치료 등 생활지도로의 전환을 촉진했다. 또한 과인수 학습,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체제가 과연 인권에 부합한가 검토하게 했다"고 전했다.
반면 "교사의 학생지도에 대한 권위가 실추·실종됐으며 학생생활지도와 관련해 학부모들의 교권침해가 증가해 각종 다툼이 일어나 감정의 스트레스가 심하고, 교사들이 담임이나 생활지도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 교장은 "학생들이 수업 중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흡연을 하다 적발해도 지도하려면 학생과 마찰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학교 현장에 있지만 오 교장과 다른 입장을 가진 교사의 발표도 있었다. 전국교원노조 이명남 영림중학교 교사는 "조례로 인해 절대 교권은 추락하지 않는다"며 2010~2013년까지 생활지도부에 있으며 학생들을 존중하며 지도하니 아이들이 변해가는 것을 보며 재미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인 현장 참가자 발언 시간은 찬성·반대 단체간 갈등이 극에 달한 시간이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각각 2명씩 양측 간 발언을 듣는 과정에서 반대 단체 회원들이 미리 준비해온 플패카드를 일제히 여기저기서 펼치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 됐다.
개정 찬성단체측 회원들은 토론회 전 양측 다 플래카드는 들지 않기로 약속을 했는데 약속 위반이라며 강하게 항의를 이어가자, 진행요원들의 요청으로 반대단체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하나 둘 내렸으나 끝까지 플래카드를 내리지 않는 회원도 있어 갈등이 더욱 격해지기도 했다.
이날 현장 참가자로 발언한 한 고등학생은 "조례가 발효된 이후 학교의 상태를 보니 학생의 인권을 존중할수록 학교가 무너져 가는 것을 본다. 학생이 잘못할 때는 벌하고 잘할 때는 칭찬하는 것이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하는 것이 학생 인권 존중이다"고 말했다.
반대측 한 학생은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데 교사와 학생이 있으면 교사를 위에다 둔다고 생각하는 이런 수직적인 구조를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 때문에 이 조례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하겠다"며 "누구나 사랑할 권리가 있는데 왜 그 대상이 동성(同性)이 되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에이즈나 이런 것들 때문에 안 된다 하는데 그것은 편견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찬성·반대단체 간 갈등이 격화돼 행사장이 아수라장이 된 상태에서 토론회는 끝났고, 양측 간 감정이 격해져 다툼이 그치지 않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10여 명이 행사장의 통로에 줄지어서 충돌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