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생한 유례없는 사실상 강제 정전에 따른 피해는 어느 정도고 구제책은 무엇일까.
정부 당국은 일단 "30분 순환 정전으로 큰 피해는 없다"면서도 "불가항력적 상황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한여름을 지나 근본적으로 발전기 점검체제에 들어선데다, 때늦은 무더위라해도 이날 전력 사용량의 기울기가 거의 수직에 가까워 사전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광역 정전을 막기 위한 조치로 30분별 단계적 순환 정전 조치를 취한 만큼 '전력 관리'의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중"이라며 "현재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정부에 피해 사례가 보고된 것은 없고, 30분 정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특히 순환정전으로 인한 일부 중소기업의 공장 가동 중단설에 대해선 "우리쪽으로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발을 뺐고, "나머지 물리적 피해 자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전으로 폐사한 광어
(강릉=연합뉴스) 정전 사태가 발생한 15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한 양식장에서 광어 1만5천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양식장 측이 남아 있는 광어를 살리기 위해 수조의 물을 빼지 않아 일부를 건져 내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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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그러나 일단 정전 사태가 일단락되는 대로 전국적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그 규모가 클 경우 대책 마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한전과 전력 수요자간 약관 등에 따라 '명시적으로' 한전의 실수가 아닌 경우 피해보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책임을 꼼꼼히 확인하고,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한다는 것이다.
초유의 정전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 47조와 48조에 따르면 한전은 전기의 수급 조절 등 부득이한 경우 전력의 제공을 중지 또한 제한할 수 있다. 또 49조 1항은 한전의 직접적 책임이 아닌 이유로 47조와 48조에 따라 전력의 제공을 중지 또는 제한할 경우 한전에 면책 권한을 주고 있다.
전력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긴급 부하차단 조치가 이뤄진 이번 사례의 경우 한전은 면책 권한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설사 한전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전기공급약관 49조 2항에 따라 피해보상액은 공급중지 또는 사용 제한 시간 동안의 '전기요금의 3배'로 제한된다.
<그래픽> 지역별 정전 가구수 현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한국전력은 15일 오후 6시30분 현재 정전 가구 수가 162만호 가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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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이 월 평균 4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5시간 내내 정전 피해를 입었더라도 가구당 피해보상액이 800원에 그치지만,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의 경우 보상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미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선 불시에 발생한 정전 사태로 불편을 겪은 각종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고, 각종 유무형의 피해 등을 감안하면 집단 소송 사태로까지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다 예고없는 정전으로 가동 중단 등 피해를 입은 기업들마저 반발할 경우 후유증은 더 커질 수 있다.
핵심 당국자는 "초유의 사태라 피해 상황을 차분하게 점검할 것이고, 문제가 심각하면 한전이나 전력거래소에서 적절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과거에는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마땅한 참고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자율절전과 직접부하제어는 모두 기업들과 약속을 맺은 사항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 기업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며 "게다가 이에 따른 전력 제어는 생산에 피해를 미치지 않는 민감하지 않은 부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할 만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의 대규모 정전 사태와 이번 상황은 명백히 다르다"면서 "외국은 발전기가 일시에 중단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이고, 우리는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순환 정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