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보편적 가치를 따라가야 합니다. 즉 대다수 국민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를 헤아려야 하죠.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에 실패했습니다. 부끄러운 현실이죠"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2014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기독일보 제휴사 <미디어인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향해 또다시 쓴 소리를 쏟아냈다. 민주 당적으로 부산에서 유일하게 내리 3선(17,18,19대)한 국회의원이기에 이같은 지적이 예사롭지 않다.
조 최고위원은 "정당지지율이 한자리수자인 9.8%(중앙일보)로 떨어졌다. 127석의 의석수를 가진 정당이 한자리수 지지율은 안타까운 일이다"며 민주당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어 "현재 민주당은 의석수만 따지면 역대 야당 중에서 가장 힘이 있는 정당이나 중도나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보수층을 끌어안지 못한 것이 이런 한계를 불러일으켰다"며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정당, 종북 이미지가 강한 정당, 이념에 있어서 편향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정당, 대선불복 정당,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정당, 정부와 여당의 발목만 잡고 있는 정당 등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정당으로 낙인 찍혀 있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면서 유연하게 가야하는데 유연하지가 못하다. 이런 것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지지율 하락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는 또 "지난 대선에 48% 받은 것이 민주당을 보고 찍은 건 아니다. 자립할 수 있는 지 고민해야 되는데 그런 고민은 전혀 않고 야권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대선 때마다 단일후보를 내보낸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도 고유 브랜드로 고유상품을 내놓는다. 민주당은 연대만 해서 독자후보를 거의 낸 적이 없다. 문재인 후보도 안철수 후보가 양보했기 때문에 대선 후보로 나왔다.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에서의 취약성으로는 숙권 정당이 될 수 없다. 지금의 지지자만 가지고 숙권 정당이 되겠느냐. 중도에 합리적 보수 지지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이건 산수다. 산수를 못하니깐 매번 선거에서 지는 거다"며 제1야당으로서의 균형감각을 요구했다.
거리로 내몰린 철도노조에 대해서는 "야당이 중재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대기업의 평균 연봉보다 공기업의 평균 연봉이 높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적자를 내고 있는데 1억 가까이 연봉을 받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경영 합리화를 위해서는 철도노조는 경쟁체재에 들어가야 한다. 적자의 폭을 줄여야 한다"며 스스로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국민들도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철도 민영화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도 나왔던 얘기다. 역대 정권에서도 계속 있어왔던 얘기"라면서 "그 당시에 철도 민영화 얘기가 왜 나왔는지 공론화시켜야 된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얘기를 했다. 당시 여당이 지금 야당이 됐다고 주장이 바꿔야 되겠느냐. 똑같은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신뢰한다. 왜 역대정권이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민주당의 철도 민영화 대응방법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조 최고위원은 늘어만 가는 공기업의 부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지금 공기업 부채는 500조다. 조만간 공기업의 부채가 1000조가 넘는다고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 '찬성' '반대'로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경영을 개선시켜서 국민의 부담을 줄여주는가, 어떻게 부채를 줄여나가야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지향한다. 선진국은 철도가 거의 민영화되어 있다. 선진국은 왜 민영화가 되어 있는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논의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진지하게 논의해서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은 엄히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 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에 와서 선거를 무효화할 수 있나. 다시 투표할 수 있나. 못한다. 시효도 끝났다. 부정선거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개혁하는 것은 옳다"면서 "2000년에 엘고어와 부시가 대선후보로 나와 앨고어가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당시 플로리다 주에서 재검표가 있었는데 중간 집계에선 엘고어의 표가 더 많이 나왔다. 플로리다 주에서 역전되면 당선자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재검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중단시켰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법원장을 탄핵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엘고어 지지자들은 이를 수용했다. 엘고어 역시 승복하고 부시한데 축하인사의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 얘기가 그 유명한 '엘고어의 승복'"이라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그 당시 엘고어가 승복했던 이유는 하나다. 민주당 지지자들과 공화당 지지자들로 양분되어 있었던 미국이란 나라의 분열을 막겠다는 거였다. 즉 미국의 단합을 선택한 것"이라며 "우리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거다. 이 극심하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 세력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하겠다는 것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란 것은 이길 수도 있고 질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이 부분을 승복했다. 승복한 것을 다시 번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남 탓하는 정치를 안했으면 좋겠다. 상대가 반칙을 하던 변칙을 하던 내 스스로가 경쟁력을 가지고 국민적인 신뢰를 얻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남 탓하는 정치는 졸장부들이 하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회의원직 사퇴했고 자기 측근들에게 공직을 맞기지 않겠다는 기득권 포기 선언도 했다. 반면 우리는 기득권을 버린 적이 있는가, 우리 스스로는 버리지 못하면서 남 탓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도 조 의원은 "2014년에는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정치인이 되겠다. 또한 10년간의 숙권 정당으로서의 경험을 잘 살려 성숙한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며 "제1야당은 숙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정당이다. 책임 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균형감각을 가지고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정치를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