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오르기만 했던 삼성전자가 주춤했다. 2분기 연속 영업이익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던 기세는 사라지고 '위기감'만 고조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7일 실망스런 4분기 실적을 내놨다. 영업이익 8조3000원. 지난해 3분기 국내 업계 최초로 달성한 10조1636억원 대비 무려 18.31%나 하락한 수치다. 전년 대비로도 6.11%나 떨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두가지 해석을 제시한다.

키워드는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그리고 '엔저(円低)'.

우선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휴대폰 부문이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체 영업이익 비중만 67%에 달하는데, 시장이 포화되면서 성장 둔화는 뻔한 결말이라고 지적한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업황이 좋지않은 탓도 있지만, 전체 사업에서 모바일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까지도 현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둔화로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들이 계속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고 조정 및 단가 인하 압박 등으로 1분기까지는 수요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부터 소니와 LG, 화웨이 등의 신제품 출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판매량은 하락세를 맛보고 있다. 갤럭시S4의 경우 판매량 2050만대를 기록했던 지난 2분기와 달리 4분기에는 겨우 1000만대를 판매하며 절반 이상 떨어졌다.

TV 또한 지난해 3분기 총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6.7% 줄었다.

하지만 이번 실적 악화의 원인을 시장의 과부하만으로 결론짓기엔 '비약'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스마트폰보다는 엔저로 인한 단가 하락의 영향으로 일본과 경합하는 디스플레이 등 부품 충격이 더 클 것"이라며 "삼성전자보다는 전기, SDI쪽이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김 연구원은 "지난해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부분도 있고 소치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마케팅 비용 선집행, 애플 충당금 등이 반영됐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을 제외한 원래 실적은 어떤가에 있다"라며 "엔화약세, 원달러 강세가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엔저에 대한 준비가 잘 돼있다고 해도 IM(IT·모바일) 쪽에 국한된 것이지, 부품 쪽은 좋을 게 없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3월부터 적용되는 일본의 소비세 인상 등이 엔저의 가속화를 불러와 올해는 본격적으로 아베노믹스의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지난해 실적도 잘해봐야 40조원이 될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일 신년 하례식에서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신경영 20년 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 걸음인 사업도 있다"며 "선두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불황기일수록 기회가 많으며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나친 스마트폰 쏠림현상으로 휴대폰 사업을 대체할 신사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또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뚜렷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계열사도 없어 어두운 미래를 예상케하고 있다.

지난달 3일 미국으로 출국 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27일 오후 일본에서 삼성그룹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2013.12.27.   ©뉴시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어닝쇼크 #위기의삼성 #악조건에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