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최초로 건립된 미국의 위안부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청원운동과 관련, 백악관이 곧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예상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서 진행중인 위안부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해 3일 현재 10만8531명이 지지서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운동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 11일로 한달안에 10만명이 지지서명을 할 경우 백악관이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위안부소녀상은 지난해 7월 30일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중앙공원 앞에 해외 최초로 세워진 것으로 공식명칭은 '평화의 소녀상'이다. 소녀상 건립을 놓고 일부 일본계 주민들과 일본 정부의 집요한 방해책동이 있었고 지난달 17일에는 '위안부 망언'으로 악명높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공동대표를 맡은 유신회 소속 중의원 3명이 글렌데일 시의회를 방문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에는 미국 텍사스의 극우 블로거 토니 마라노가 평화의 소녀상을 조롱하는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한인들의 분노를 샀다. 마라노는 소녀상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종이봉투를 씌우고 일본 전범기를 손에 들리운채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토니 마라노는 백악관 사이트에 철거청원을 시작한 '텍사스주 메스키트의 T.M.'과 동인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60대로 알려진 마라노는 유투브와 페이스북에 일본 극우세력에 동조하는 글과 동영상 등을 올리고 있으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의 극우언론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와 가나가와현, 지바현 등 지방의회 전‧현 의원 10명이 오는 14일 글렌데일을 방문, 소녀상 철거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위안부상 설치에 항의하는 전국 지방의원의 모임' 소속으로 일본군이 여성을 납치해 성노예로 삼은 것은 거짓말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이같은 일본극우세력의 준동에 대해 위안부소녀상 건립을 주도했던 가주한미포럼의 윤석원 대표는 "백악관 청원사이트에 지지서명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내 극우네티즌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미국내 대표적인 일본계시민단체인 JACL과 NCRR 관계자들이 최근 아랍 최대의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재미일본인들은 일본내 소수의 국수주의자들과 다르다"며 위안부소녀상에 대한 공식 지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한인사회와 본국정부의 관심이 너무 떨어지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윤 대표는 "지난해 일본총영사를 비롯, 일본 정치인들이 위안부소녀상에 대한 압력을 많이 가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글렌데일 4명의 시의원이 흔들림없이 소신을 지켜주었다. 이분들에게 우리 한인사회에서 고맙다는 이메일 한통이라도 보내주는게 큰 힘인데 너무나 그런게 미흡하다"고 아쉬워했다.
일본의 조직적인 방해가 계속된다면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는 미국 정치인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미국 팰리세이즈팍에 있는 1호 위안부기림비도 당시 일본의 뉴욕총영사와 정치인들이 철거공작을 펼쳤지만 뉴욕‧뉴저지한인사회의 강력대응으로 망신만 당하고 돌아선 바 있다.
뉴욕의 백영현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일본정부의 망동은 한국정부가 대응해야 하고 의로운 미국의 정치인들은 한인유권자들이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