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에서 대형 화물선과 케미컬운반선이 충돌해 침몰이 우려된다.
29일 오전 2시15분께 부산 영도구 태종대 남동쪽 9.2마일 해상에서 시운전 중이던 바하마 선적 화물선 G호(5만5000t급·승선원 64명)와 홍콩 선적 케미컬운반선 M호(2만9200t급·승선원 27명)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파라자일렌 등 3종의 화학물질 2만9000여t을 싣고 있던 M호 왼쪽 중앙 3, 4번 탱크에 8m 크기의 구멍이 나면서 큰 불이 났다.
부산해경은 3001함 등 경비정 15척과 소방정 2척, 헬기 1대, 해군 함정 3척 등을 출동시켜 1시간여 만에 케미컬 운반선 선원 27명(인도 11명·필리핀 14명·중국 2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한 뒤 화재진화에 나섰다.
M호에는 인화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실려 있어 폭발 위험성 때문에 화재진압에 애를 먹었지만 해경은 큰 불길을 잡은 뒤 오후 늦게까지 마무리 진화작업을 펼쳤다.
화재선박에는 파라자일렌 2만221t, 아크릴로니트릴 4004t, 스틸렌모토 5152t 등 3종의 화학물질 2만9000여t이 실려 있지만 다행히 현재 화학물질이나 기름 유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화학물질은 살충제, 접착제, 합성고무 등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물질로, 인화성이 강해 폭발 위험이 높았지만 부산해경 등의 신속한 화재진압으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화재 선박의 선체가 좌현으로 20도 정도 기울어진데다 배 중앙 부분이 크게 파손돼 침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해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M호 주변 1마일 해상 내 선박운항을 통제한 채 오후까지 계속해서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잔불 정리가 완전히 끝난 뒤에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산해경은 전했다.
이와 함께 M호와 충돌한 G호는 충돌 여파로 선박 앞쪽에 불이 났지만 자체 진화로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G호는 승선원 64명(한국 52명·그리스 6명·불가리아 4명·이스라엘 1명·러시아 1명)도 모두 태운 채 이날 오후 부산 감천항의 수리조선소에 입항했다.
G호는 지난 28일 오후 9시45분께 울산 미포항을 출항해 시운전 중 기상악화로 경남 거제 홍도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M호는 같은 날 오후 11시께 울산항을 출항해 중국으로 이동 중이었다.
G호 승선원은 해경조사에서 "우리 선박으로 접근하는 케미컬운반선을 발견, 충돌 위험을 느껴 수차례에 걸쳐 무전을 했지만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충돌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선박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