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내년 1월을 기점으로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혀 내년 초 정국을 달굴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회의원 116명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추진 국회의원모임(개헌모임)'은 지난 27일 국회 의정관에서 '개헌추진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발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 등 안정적 국정 수행이 요구되는 분야를 맡고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맡아 책임정치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대통령중심제로 인한 권력집중의 폐해를 막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개헌모임의 여당 고문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개헌을 통해 내용적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다음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내년 1월부터는 개헌안을 발의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개헌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그 안을 발의해 놓고 처리하는 과정까지 많은 수정 보완이 있을 것"이라며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야당 고문인 민주당 유인태 의원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가 요즘처럼 실감나게 느껴지는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의원 서명) 과반을 돌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개헌안 발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이상) 또는 대통령의 제안으로 발의되며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지난 1월 발족한 개헌모임에는 여야 의원 116명이 참여하고 있어 150명의 서명이 필요한 개헌 발의는 어렵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날 개헌모임도 새누리당 이재오·이군현·진영·이주영·남경필·김재경·조명철·김종훈·박명재·김성찬·김장실 의원, 민주당 유인태·원혜영·우윤근·이석현·이미경·박지원·신기남·추미애·윤후덕·전해철·노웅래 의원, 정의당 김제남 의원 등 여야 의원 40여명이 참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여야 의원들이 개헌안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지만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개헌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역대 정권에서는 대선 기간에는 개헌을 내세우다가 취임 이후에는 의지가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 때 4년 중임제 개헌을 언급하는 등 개헌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집권 1년 차인 올해 개헌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유인태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는 분권형 개헌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생각이 달라진 것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 문제(분권형 개헌)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졌으면 한다. 이 자리에 측근들이 많이 와 계시니 (대통령을) 잘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 반론 여론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대통령의 생각만 바뀌면 지금의 대통령제를 고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헌법 수준이 아니라 법률 수준에서 개혁을 하면 해결된다는 주장 등 개헌에 대해 반론 주장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 자리에도 겉으로는 개헌을 하자고 하면서 속으로는 내가 대통령을 해봐야 겠다는 속마음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대통령제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근본적인 권력구조를 뜯어고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미래가 암담하다"고 말했다.
새정부 출범 초기에 개헌작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정권 말로 갈수록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개헌 추진이 어려워지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헌모임 야당 간사인 우윤근 의원은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와 내년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개헌작업을 추진할 적기"라면서 "내년 6월4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부의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