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오전 서대문구 천연동에 위치한 한국구세군(사령관 박종덕 사관)이 운영하는 '미혼모자보호센터' 두리홈 내 예배실에는 두리홈과 '공동생활가정'인 디딤돌 식구 30여 명이 '성탄예배'를 드리러 오붓하게 모였다. 마침 이날은 박종덕 사령관과 아내 윤은숙 여성사업본부 총재도 함께 했다.
최근 리모델링해서 연두색과 주홍색으로 푸릇푸릇한 생명력 있는 느낌과 원목 느낌의 벽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살린 예배실이었다.
■ 마음 속 어둠 '빛'으로 밝혀야…
아기들의 노는 소리에 사회를 맡은 두리홈 원장 추남숙 사관(52)의 목소리톤이 '도레미파솔라시도'에 마지막 '도'까지 올라간다. '빛과 생명이신 예수님'(마 1:21~28)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하러 나온 박종덕 사령관도 추남숙 원장의 말투를 따라하며 목소리톤을 높이니 웃음이 터졌다.
박 사령관은 먼저 '예수'라는 이름의 뜻을 설명했다. "예수라는 이름의 뜻은 하나님은 구원이십니다라는 말이에요. 또 천사들은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라고도 했어요"라며 "임마누엘이라는 뜻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라고 동화를 구연하듯이 부드러운 어투로 설교했다.
그는 "예수님은 마음 속 어둠을 가진 사람 속에 빛으로 찾아오셨다"며 "아기들이 태어났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 속에는 어둠이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 속에는 근본적인 어둠이 들어와요. 그래서 그 어둠을 밝히지 않는다면 점점 자라갈 수밖에 없다"며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우리 주님을 기뻐하고 그분 말씀으로 언제나 빛으로 채워진 삶이 되기를 축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사령관은 '생명으로 오신 예수'를 전하며 "살았다고 다 사는 것이 아니고 살았다고 다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며 "예수님은 이 세상에 생명으로 오셔서 예수님 영접하고 만나면 참 생명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과 더불어 사는 생명이 되기를 바란다"고 축원한 뒤 "그러면 세상에 살아가되 다른 생명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 두리홈·디딤돌 총 4년 싱글맘 지원
'생명'. 그 자리에는 돌 지난지 얼마 안 된 아기부터 3~4살된 아기까지 세상의 빛을 본지 얼마 안 된 어린 생명들이 숨쉬고, 움직이고 있었다.
이 날은 5년째 싱글맘들을 후원하는 후원자가 찾아와 아기들을 위해 개월수에 맞춰 손수 뜬 털모자와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후원자는 심리학 박사 과정을 마친 심리학자로 두리홈의 상담 치료 프로그램에도 협력할 예정이다.
또한 박종덕 사령관 내외는 과자 선물세트를, 두리홈 본부는 선크림과 스킨을 가정마다 선물해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아름 안겼다.
미혼모자시설인 '두리홈'은 싱글맘들이 임신해서 들어와 1년~1년 6개월까지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출산을 한 후에는 아기를 입양 보낼 수도 있고, 직접 키울 수도 있다.
1926년 한국 최초의 여성복지시설로 '구세군 여자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갈곳 없는 여성 등을 돌보던 기관으로 시작했지만 2007년 추남숙 사관이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이름도 '두리홈'으로 바꾸고, 태어난 아이들을 대부분 입양을 보내던 역사도 많이 바꿨다고 설명했다. 추 원장이 부임한 이후 2008년에는 '공동생활가정' 디딤돌이 생기고 2010년에는 커피며 빵, 구제 의류를 판매하는 엔젤스토리도 시작했다.
미혼모자로 구성된 공동생활가정인 '디딤돌'은 혼자라도 아기를 양육하려는 엄마들이 2년~2년6개월까지 머물며 아이와 함께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말 그대로 '디딤돌'이 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두리홈 외에 두리마을이라는 공동생활가정이 하나 더 운영된다고 한다. 두리홈 건물이 리모델링되며 건물이 증축돼 15세대의 공동생활가정의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두리홈과 디딤돌 식구들은 올 3월부터 아기들까지 포함해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같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여운자 사무국장은 "점점 지역에 있는 엄마들도 오고 있다"고 전했다.
여 사무국장은 "아기들이 '예수님 만나러 가자'고 엄마들을 끌고 온다"며 "잘 때도 엄마들에게 기도해달라고, 선생님은 길게 하는데 엄마는 왜 짧게 하냐고 하기도 한단다"고 전했다.
주일에는 오전에 예배드리고 오후에는 교외로 놀러도 가고, 맛집에 먹으러도 가고, 큰 서점에 가서 아기들 책을 사러 가는 프로그램도 있다. 또 집단 상담 프로그램이나 상담 치유 프로그램도 있다.
주로 상담 치유 프로그램은 퇴소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아빠도 있고 집도 넉넉한 친구들을 보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돼 그런 부분을 물어볼 때 엄마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상담가의 도움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추남숙 원장은 "엄마가 받아놓은 사랑이 풍부하고 본인이 여유 있어야 남에게 줄 수 있다"며 "여기에 오면 엄마들도 많이 바뀌고 아기들도 많이 바뀐다"고 전했다.
여운자 사무국장은 "원장님도 모든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쏟으시고, 직원들이 엄마 같은 마음으로 대하니 가족 같은 분위기이다"며 "그러면서 신앙도 스며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찬양 부르니 아기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여 사무국장은 사연 하나를 전했다. 몇 년 전 다녀갔던 한 싱글맘은 교회를 싫어하고 하나님이라면 질색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은 찬양을 부르더라는 것이다. 여 사무국장이 찬양은 태교에도 좋다고 말하니 '아기도 편해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엄마였다. 그러다 아이를 입양 보내고 두리홈을 퇴소하고 난 2년 후 그에게서 한통의 편지가 왔는데 눈물 자국이 떨어진 흔적이 남은 편지였다.
지금 수원여자교도소에 있는데 자신이 "두리홈에 6개월이나 1년만 더 있었어도 교회 다니는 사람이 됐을텐데… 너무 아쉽다"며 "그랬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텐데..."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지금 거기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저는 죄를 많이 지어서 기도할 수 없지만 선생님이 기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빵'을 전했더니 '복음'도 스며들더라는 것이다. 여 사무국장은 "구세군은 '복음'과 '빵'을 동시에 전하는 곳이다"며 "'복음'이 더 위에 있고 '빵'이 더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처럼 실천하는 믿음을 좋아해서 구세군교회에 나오게 됐고 19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여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계속 싱글맘들의 '보호자'로 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