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과목 8번 문항 오류 논란과 관련해 법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16일 수능 수험생 59명이 "세계지리 8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며 평가원을 상대로 낸 2건의 정답 결정 취소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또 수능성적 및 등급을 결정의 효력을 일시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과서에는 EU가 NAFTA보다 총생산량이 많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을 뿐 EU와 NAFTA의 연도별 총생산액 규모를 통계적으로 비교하는 내용은 없다"며 "총생산액 기준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해당 지문이 명백히 틀린 지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 측이 문제삼은 문항을 살펴보면 ㉠지문은 명백하게 옳고 ㉡,㉣ 지문은 명백하게 틀리다"며 "명백하게 옳은 ㉠이 포함되고 명백하게 틀린 ㉡,㉣이 제외된 답항은 2번밖에 존재 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지문에 대해 옳고 그름을 배운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이 문제의 답을 2번으로 고르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에 표시된 그림은 2012년으로 기재돼 있지만 4개의 지문 중 3개는 2012년과 무관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며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최신 경제 통계를 비교하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이례적인 점, 지문 안에 연도가 표시된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2012년 총생산량을 묻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2년 NAFTA 생산량이 EU보다 많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정답없음'으로 처리하면 수험생은 교과서 내용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며 "이는 교육 정상화를 저해하고 수능 목적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교육부장관이 '정답에 문제가 없다'라는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니어서 소송 상대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험생측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청구를 각하했다.
올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로,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 ㉢이 맞는 설명이라고 보고 문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 측은 "총생산액은 매년 변화하는 통계수치"라며 "이 문제에서는 비교할 수 있는 기준시점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제시된 그림 표시처럼 기준시점을 2012년으로 본다면 당시 NAFTA의 총생산액이 EU보다 크다"며 "보기 ㉢이 포함된 2번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평가원이 지난달 27일 "세계지리 교과서와 EBS 교재에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2번을 정답처리한 성적을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수험생 측은 소를 제기했다.
한편 수험생 측 대리인은 "자기주도 학습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언론을 통해 2008년 이후 유럽발 경제동향 등을 많이 접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2010년 이후 변화된 상황을 접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한 법원의 판결은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반발했다.
다만 "수험생 측의 의견을 모아봐야겠지만 곧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만큼 항소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