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주가 늘어나면서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크게 위협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부다처제'를 용인하는 판결이 내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15일(이하 현지시각)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유타주 연방법원 클락 워돕스 판사는 지난 13일 일부다처제를 금지하고 있는 주법이 종교와 신념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에 위배되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부다처제는 유타주가 본거지인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즉 몰몬교 일부 분파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주 법률상으로는 일부다처제 동거(polygamist cohabitation)로 지칭되고 있다. 유타주는 이를 중혼(법적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행위)과 함께 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워돕스 판사는 판결을 통해 "주 법률에서 중혼에 대한 금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일부다처제에 대한 제재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몰몬교 분파인 연합사도형제단(AUBC) 신자로 아내 4명과 자녀 17명을 둔 코디 브라운이 주를 상대로 소송을 낸 데서 비롯됐다. 브라운은 중혼과 일부다처제 관련 주법을 어긴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던 중 네바다 주로 이주한 뒤 이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한 명의 아내와만 법적으로 결혼했으며, 나머지 세 명의 아내와의 관계는 '영적인 결합'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워돕스 판사는 혼외관계에서의 성행위를 중혼과는 차별화한 2003년 '로렌스 대 텍사스주'의 판례를 예로 들며, "이번 사건에서 판단의 기준은 (그들의 관계가) 합의에 의한 성적 사생활인가에 있으며, 원고측 주장과 같이 일부다처제를 금지하는 주법은 사적인 성행위를 결혼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브라운의 손을 들어줬다. 즉, 법률상 중혼이 아니라면 일부다처제는 개인의 성생활로 용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판결이 나온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부다처제 가족을 용인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우리 가족의 방식이고 우리 신앙에 근거하고 있다"며, "우리가 다른 가족들의 사적이고 종교적인 선택을 존중하는 것처럼 다른 이들도 우리의 선택을 다양한 믿음과 신앙을 가진 이 아름다운 나라의 일부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판결은 지난 1879년 연방대법원이 '레이놀즈 대 미합중국' 사건에서 주 정부에 일부다처제를 금지하는 권한을 인정한 판결을 뒤집은 최초의 판례로 향후 미국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인 남침례교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러셀 무어 목사는 "결혼이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의 평생 서로를 향한 헌신과 이에 대한 자녀의 필요와는 동떨어져 감정적이고 성적인 것으로만 치부될 때 일어나는 일이 바로 이러한 것"이라며, "일부다처제가 이 사회에서 금지된 이유는 그것이 여성과 어린이에게 해악을 입히기 때문이다. 결혼의 정의는 너무나 방만해졌고 머지않아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