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사건으로 정국은 점점 더 분열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시국 미사 강론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는 국정원 대선개입의혹사건과 연관하여 박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2010년 11월 23일에 북한이 자행했던 연평도포격도발사건에 대해서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이어 12월 4일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대선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정권퇴진을 요구하고 나서고, 이어서 진보적인 가톨릭과 개신교와 불교 지도자들이 동조하여 정권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세력의 국기문란으로 판단하고 강한 비판으로 응수하고 있다. 지난 12월 8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지난 대선이 국가기관의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선거개입에 의한 총체적 부정선거임을 확언하면서 대선보궐선거를 요구하고, 9일, 양승조 민주당 최고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를 하고 있어 암살당한 선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10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성토하고 장의원과 양의원의 제명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하여 정파간에, 종교인들 사이에, 시민단체들 사이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없이, 서로간의 잘못을 지적하고 싸우는 국론분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는 분열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한국의 정황을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1. 국정원대선개입의혹에 대해서 외압을 차단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지금 사태의 출발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에서 시작된 국정원의 선거개입여부에 대한 진보진영의 강한 의혹이다. 국정원댓글의혹사태는 국가기관의 직원이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대선에 개입하여 영향을 미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진보진영에서 의심하듯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는 수사를 통해서 드러나게 되겠지만, 국가기관의 직원이 선거에 영향을 줄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국정원과 정부는 심각한 반성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에 대해서 정부는 공정하게 진위를 가려내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정원이 다시는 그런 부정한 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지난 대선에 대해서 불복하는 심리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불법적인 대선개입으로 의심받는 국정원이나 군만이 아니라 이들을 수사하는 검찰과 사법부까지도 정권에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많은 국민들의 불신을 반영하고 있다.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해서까지 불신하는 국민들의 지나친 불신은 우려스럽지만, 이 불신을 제거하려면 그런 불신을 낳게 한 사법부의 뼈를 깍는 자성이 필요하고 권력에 대한 종속의 깊은 뿌리를 제거하고 검찰수사에 대한 외압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2. 검찰수사와 사법부의 판단과 국정원개혁특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국정원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해서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여야에서 국정원개혁특위가 만들어져서 이를 조사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현재 많은 국회의원들이 지난 번 대선을 정권이 개입한 부정선거로 단정 짓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같은 종교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국정원사태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규정하고 박대통령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부를 불신하고 사법부는 불공정하다고 전제하고 국정원개입은 조직적인 부정선거라고 확신하고 대선불복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들은 국가의 법치질서자체를 불신하고, 왜곡된 자신들의 생각을 법적인 판단보다 더 우위에 두려는 위험을 지닌다. 국정원 직원의 댓글과 트위터를 통한 전파가 어느 정도의 선거 개입에 해당하는지는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사법부보다 더 위에서 사법부를 심판하려 한다면 국가의 법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의의 이름으로 법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3. 국정원사태에 대해서 대선에 불복하고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정부가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의혹에 대해서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는 것이다. 박대통령은 그 동안 정치 불신을 불러온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불통의 정치를 반성하고, 소통과 대화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반대자들을 사법적으로 응징하는 공안정국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반대자들의 소리가 성숙한 국민들의 민주적 여론에 여과되도록 맡겨야한다. 국정원 사태를 대선불복으로 이끄는 세력에 대해서 비판해야 하나 국가의 공정성을 훼손하여 불신을 낳은 국정원사태에 대한 깊은 반성을 먼저 나타내고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편에서는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의 권위는 존중되어야 한다. 국민의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의 임기는 대통령이 헌법에 위배된 일을 저지르지 않은 한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해서 반감과 분노를 표현하면서 대통령에 대해서 막말을 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책임이 없는 국정원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서 실시된 대선을 부정하고 대통령에게 퇴진까지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비판을 벗어난 일이다.
4.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논란과 종북논란은 구분되어야 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의혹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혐의를 제기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를 제한하려 하는데, 이에 대해서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을 종북(從北)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종북세력들이 국정원사태를 통해서 국정원을 무력화시키려 시도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국정원사태에 대한 규명과 처리와 함께 이를 빌미로 국기를 문란하게 하려는 종북세력에 대한 분명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박창신 신부가 시국미사 강론에서 한 발언에서 보듯이 진보적인 입장에 서 있는 이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북한의 만행을 옹호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진보적인 입장에 있는 이들을 종북이라 할 수 없지만, 이들의 북한에 대한 판단들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과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종북세력들의 발호를 부추기고 있다. 진보진영은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종북세력에 대한 명확한 선긋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논란의 초점은 종북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대선개입의혹에 대한 법적인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원개혁이다. 이 사건에서 다시 종북논쟁으로 이끄는 것은 갈등만 일으킬 뿐이다. 이 점에서 보수진영은 종북논란에 대해서 자제해야 한다.
5. 기독교는 사회통합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지 사회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진보성향의 일부 가톨릭 신부들이나 개신교 목사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현정권의 불의를 드러내고 이것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정파적으로 편향된 입장에 서서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임을 주장하며 대선불복을 부추기고 있고, 현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좌편향된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회분열과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고, 종북좌파에 대해서 옹호하는 입장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또 보수성향의 일부 목사들은 정부가 행한 불의에 대해서 심각한 비판을 제기하지 않고, 진보진영이 정권의 권력남용과 이로 인한 불의를 지적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것을 종북세력의 국기문란으로 몰아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이들의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사회의 화해자로 나서야 할 기독교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좌파 우파로 나뉘어져 서로 의심하고 정죄하고 미워하는 것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다. 기독교는 더 이상 좌나 우로 편향된 입장에서 나와서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 귀를 기울여 듣고 분열된 사회에 화평케 하는 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 국가의 안녕으로서의 샬롬은 정의의 기초 위에 있다. 그러나 또한 정의는 서로 다른 이들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관계의 샬롬을 지향한다. 한국교회는 이 땅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정의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하고, 또한 정의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정죄하는 오늘의 한국사회에 화해와 평화의 새 물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2013년 12월 12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