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재개편으로 인해 고액 연봉자만 세부담이 늘어나고 나머지는 증세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다수의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은 12일 서울 신문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연말정산 자료로 세제개편에 따른 증세효과를 추정해본 결과 '저연봉 근로소득자는 세금이 줄고 7000만원 이상 만이 증세 된다'는 정부의 발표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납세자연맹이 가구별 형태를 기준으로 세금 변동액을 계산해본 결과 독신자의 경우 연봉이 2359만~3867만원인 근로자와 6528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세금이 증가한다.
또한 6세 이하 자녀가 1명인 경우 연봉이 2800만~3800만원에 속하는 근로자와 6700만원 이상인 근로자가, 6세 이하 자녀가 2명인 경우 연봉이 3100만원을 넘기면 세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세를 초과하는 자녀 1명을 둔 근로자는 연봉이 2900만~3100만원인 경우와 7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2명의 자녀를 둔 근로자는 71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경우 세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부가 세제개편안 발표할때 주장한 연봉 7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는 세금이 동결되거나 줄어든다고 설명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납세자연맹은 정부가 '평균의 함정'을 이용해 증세 이슈를 피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연봉별 증세액을 계산하면서 통계상 평균적인 가상인물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가구형태나 항목별 실제 소득공제 여부 등이 고려되지 않아 실질적인 증·감세 효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3세제개편의 기준이 된 2011년의 통계를 살펴보면, 연봉 3000만~4000만원 구간의 총 인원(158만명) 중 의료비공제를 전혀 받지 않은 인원은 108만명으로 공제를 받은 인원(49만명)의 2배가 넘는다.
이를 평균으로 계산하게 되면 공제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공제를 받은 것으로 간주돼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연맹을 주장했다.
의료비나 교육비 공제 가능성이 낮은 독신근로자나 무자녀 근로자의 경우 같은 조건의 다자녀 가구 근로소득자보다 세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방안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운이 좋으면 감세되고 운이 나쁘면 감세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등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근로자들이 증세 범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의 발표만 가지고는 예측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평균의 함정을 교묘히 이용해 다수 근로소득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증세효과를 최대한 축소 발표하려고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러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납세자연맹은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만명의 '세제개편검증조사단'을 구성해 증세효과를 왜곡한 정부의 세제개편안 입법 저지를 위한 청원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확한 증세효과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국회와 국민에게 제대로 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