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 등 일련의 전략으로 미국의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정책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0일 블룸버그는 '중국, 보드 게임 전략으로 미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을 약화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이 동중국해 ADIZ에 이어 남중국해에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 지역에 있는 국가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중국의 이런 전략은 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미국에 위기감을 가져다줄 것이며, 이런 위기는 미·중 양국의 전략 경쟁을 격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 평화재단 부회장은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출범 후 지난 1년 동안 아시아에서 미국과 전략적으로 대치하며, ADIZ 선언으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지역적 세력 구도에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글러스는 또 "중국은 위험한 보드 게임 전략을 펼치고 있고, 폭력 사태와 강력한 반발이 일어나지 않은 전제 하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그다음 전략 지역이 남중국해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첨단 레이더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의 전략 시행은 조금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는 "중국의 조치들은 40여년 동안 아시아 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며, 중국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순위를 변화하는 것을 시도할 것이며 이를 통해 당신을 긴장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 중"이라고 역설했다.
영국의 경제정보평가기관인 옥스퍼드 애널리티카 연구원 벤자민 찰튼은 "공중에서의 전략 변화는 해상에서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되고 있고,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하는 전략 경쟁 게임은 이미 수면 위에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전략 경쟁을 하면서도 외교 분야에서도 소홀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로 아시아 순방을 전격 취소하면서 아시아 중시 외교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시 주석이 자연스럽게 오바마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전략적 우위를 가져간 바 있다.
로데릭 맥파쿼 하버드대 역사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그들이 아시아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재확립할 것이며 동맹국과 우호국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순순히 자신의 무대를 중국에 넘겨주지 않으려고 할 때에 향후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