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증시 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5조원대로 급감하면서 증권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거래대금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증권사들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임금삭감과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증시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5조287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5조원대로 추락한 것은 지난 2006년(5조1659억원)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08년 6조4360억원을 기록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7조원대로 증가하더니 2011년에는 9조113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9527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5조원대까지 줄어들었다. 전날 거래대금 또한 4조4503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증시 불확실성에 따른 주식거래 침체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인 2050선 돌파에 실패하면서 지수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진 탓이다. 간접투자 자금이 일반 펀드가 아닌 상장지수펀드(ETF) 등 매매가 잦지 않은 상품으로 이동한 영향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거래부진으로 증권사 수익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연초 거래대금 목표와 함께 경영전략을 세운다"며 "대부분 7조원을 제시했지만 현재 5조원 수준을 보이면서 영업수익 측면에서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거래대금 수준으로는 증권사들이 생존해 나가기 어렵다"며 "(적정 기준으로) 최소 8조원 이상은 유지해야 할 것"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더 이상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통한 수익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7~8조원의 거래대금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가 아닌 자산관리 쪽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연구원은 "최근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발전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며 "무엇보다 증권사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하면서 증권사들은 잇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현대증권과 동양증권은 임원을 대폭 줄였거나 줄일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50명 인력감축과 임금삭감 등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