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9일 인권주일연합예배 및 인권상 시상식에서 '2013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을 공식 발표하고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당사자들이 엄중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사상·언론·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것'과 '각종 차별 철폐' 등도 함께 촉구했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
2013 한국교회 인권선언문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으니,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기 1장 27절)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그 자체로서 존엄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생명의 주관자인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것으로써, 국가는 물론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공동체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따라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계인권선언에서 강조하는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고 신앙 안에서 보다 구체화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오늘 그리스도인들이 서로의 인권을 지켜주는 신앙고백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너무나 슬픈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오직 공의를 물 같이, 정의를 하수 같이 흐르게 하라"는 예언자 아모스의 외침이 가슴에 절실히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가 국가 권력의 불법과 부정에 의한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공분하고, 많은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한 불법과 부정의를 바로 잡으라는 시국선언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온 국민이 지켜온 민주주의가 불의한 권력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외치는 일은 예언자 전통에 따른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자 신앙고백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이와 같은 신앙고백에 따라서, 예수오심을 기리는 대강절과 인권주간을 맞이하여, 우리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인간의 생명과 존엄, 자유의 권리를 우선적 가치로 삼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당사자들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선거이며 그것의 핵심은 선거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거와 관련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공정한 선거관리입니다. 그러하기에 정부가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국가정보원과 국가보훈처 심지어는 군까지 선거에 개입하여 박근혜 후보를 지원한 것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나아가 국민 주권을 부인한 것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특검을 도입하여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의 책임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합니다. 이 일에 박근혜 대통령은 조속히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여야 합니다.
2.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헌법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진행하고 있는 종북 몰이는 분명히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써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이와 같은 행태는 역사의 시계를 40년 전의 반 인권적인 유신시대로 뒤돌리는 것으로써, 국민이 피와 땀으로 쌓아 온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이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3.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언론의 정권에 대한 비판기능 상실,편향 보도, 언론인에 대한 탄압 등은 우리 헌법에서 정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정부가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공영방송은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한 듯한 보도행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정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 등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물론 언론에 대한 직·간접적인 개입을 중단하여야 합니다.
4.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헌법 제21조는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나아가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 쌍용차 해고자 복직 등과 관련한 집회·결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 채 오히려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를 침해하는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여야 합니다.
5. 정부는 각종 차별을 시정하여야 합니다.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노동환경과 임금의 양극화와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나타나는 소득의 양극화, 이주민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등은 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 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다양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하여 제도를 개선하고 우리 사회의 약한 자들을 위한 복지의 확대 등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여야 합니다. 또한 장애인들의 이동권, 교육권, 주거권, 생존권은 장애인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입니다.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6. 국가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를 강화하여야 합니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권 보장은 단순한 선언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에 구체적인 법률과 정책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동자, 이주민, 아동청소년, 여성, 노숙인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관련 법률의 제・개정은 물론 이들의 인권신장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여야 합니다.
본 위원회는 이상의 우선적 가치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기도 가운데 씨 뿌려져, 정의와 평화가 물같이 하수같이 흐르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의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평화를 위하여 그 씨를 뿌려서 거두어들이는 열매입니다."(야고보서 3장 18절)
2013년 12월 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김 영 주
정 의 평 화 위 원 회
위 원 장 허 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