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AP/뉴시스】 평소 사치스런 생활과 비행기 여행으로 스캔들을 일으키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경비절약을 구실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불참함으로써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그의 이런 결정은 전세계의 지도자들이 열성적으로 이 장례식장으로 달려가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새삼 국제무대에서 그의 고립된 위상을 돋보이게 한다.
요하네스버그의 소웨토 구장에서 열리는 이 장례식장에는 약 100명의 국가원수들과 수만명의 문상객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값비싼 시가와 코냑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네타냐후는 지난 수개월동안 여러 차례 사치스런 행위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주 한 시민자유운동 단체가 입수한 공식기록에서 그는 향기나는 양초에 1700달러 꽃 치장에 2만3300달러 정원원예에 3만1600달러를 국비로 지출한 사실이 드러나 호된 비난을 받았다.
올해초에도 한 TV는 네타냐후가 마가레트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 참석차 런던을 가는 5시간 동안 특수 침실 비용으로 12만7000달러를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한 이스라엘 신문은 그의 사무실이 예루살렘의 한 고급 상점에서 1년에 3000달러 어치의 아이스크림을 사들였다고 보도해 이를 중단하기도 했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네타냐후가 만델라 장례식에 참가하려 했고 남아프리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이 이를 준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하는 이 관리는 그 뒤 네타냐후가 가는 데 따른 비용에다 '안전상의 문제'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의 장례식 참석에는 그와 그의 수행원들을 위한 전세여객기에다 경호장비를 수송하기 위한 별도의 허큘레스 수송기가 동원돼 200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9일 오후 이스라엘은 율리 에델스타인 국회의장이 의원들로 구성된 소규모의 조문단을 이끌고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자유주의적인 일간지 하레츠에 기고하는 논평가 브래들리 버스튼은 이를 비판했다.
" 합법성을 추구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완전한 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나의 이스라엘이 넬슨 만델라 같은 인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를, 그리고 전세계의 추도무드를 비행기 여행값만도 못한 것으로 본 셈이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불참하기로 한 보다 깊은 배경에는 국제무대에서 그의 위상이 불안한 점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만델라의 장례식에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비롯해 수십명의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이 참가할 예정인 것이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점령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해 평화를 저해하는 강경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네타냐후는 지난주 만델라를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했지만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계는 원만치 못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스라엘의 서안 점령을 흑백인 차별 당시의 남아프리카와 유사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만델라가 "우리의 자유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자유가 없이는 완성된 것이 아니다"고 말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서안에서 수입되는 상품에는 '이스라엘 산'이라는 상표를 부착해서는 않된다고 결정했다.
2011년 요하네스버그 대학은 세계 최초로 이스라엘과의 학술교류를 단절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역임한 바 있는 알론 릴은 네타냐후가 가지 않기로 한 것은 올바른 결정으로써 그는 처음부터 불참을 발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델라와 같은 노벨 평화상 수장자로써 지칠줄 모르는 평화 노력으로 국제사회에서 존경받고 있는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페레스도 참가하려 했으나 그러나 이 90세의 대통령은 의사들의 권유로 가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