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중국 언론들이 해당 조치는 한국이 첨예한 중·일 갈등 속에서 실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고 있다.
9일 중국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국제관계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의 해당 조치는 전략적 의미가 크지 않으며 중·일 양국이 다투는 기회를 이용해 전략적으로 '작은 이득'을 챙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언론에 따르면 진창융(金燦榮) 인민대 교수는 "미·일이 한·중 방공식별구역(ADIZ) 관련 선포에 대한 반응이 매우 다르다"며 "이는 중국의 ADIZ 설정은 전략적 가치가 현 시점에서의 의미보다 크지만 한국 KADIZ 확대 조치의 전략적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중국 군사전문가인 인줘(尹卓) 소장은 "한국의 ADIZ 설정이 공격이 아닌 방어에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KADIZ 확대로 인한 한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 것"으로 전망했다.
인 소장은 또 "양국 간의 협상과 소통을 통해 ADIZ 갈등으로 인한 긴장을 완화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 관영 신화통신, 런민르바오(人民日報) 등 언론들은 "한국이 방공구역을 확대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전하고, 한·중 분쟁 지역인 이어도도 방공구역에 포함했다는 부분도 부각해 보도했다.
일부 중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공식 언론 등 채널을 통해 동중국해 ADIZ 설정이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는 데도 한국이 이런 조치로 대응했다며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다.
징화스바오(京華時報) 등 언론은 또 한국이 62년만에 최초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했다며 이 범위에 중국이 주권을 보유한 '쑤옌자오(蘇巖礁)'가 포함됐다며 당국의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2일 중국 외교부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는 국제법과 국제관계에 부합해야 하며, 중국은 평등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한국과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정례브리핑을 통해 밝힌 것이 지금까지 나온 중국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 한국 정부의 새로운 KADIZ 선포 직후 논평을 내고 "우리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책임 있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번 조치를 추구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고, 일본 언론 역시 "한·중 조치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