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전문가들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의 권력이 더 공고화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터프츠(Tufts)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는 "장성택 측근의 처형과 그의 실각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이미 공고한 권력 기반을 가진 김정은이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4일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 고모부를 숙청했다면 김정은 체제가 지금까지 불안했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권력이 공고하게 됐다기보다는 김정은이 이미 집권을 확실히 했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라고 설명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존 박 선임연구원도 "김정은 정권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이고 견고하다(well-established)는 걸 암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존 박 선임연구원은 "만일 장성택의 실각이 김정은 권력 공고화 과정의 완결판이라면 이는 김정은이 나이든 후견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장성택 밀어내기 가능성과 또 다른 김정은의 최측근 인사인 최룡해와 장성택의 권력투쟁에서 최룡해가 승리했다는 가설, 또는 이 둘의 복합적인 결과"라고 추정했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장성택 실각설의 진위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 관영 언론에 장성택이 건재하다거나 혹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났다는 보도가 나올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장성택이 최근 실각했다하더라도 과거의 사례와 같이 앞으로 다시 정권 내 핵심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장성택이 북한 정권 내에서 몇 안되는 대표적인 자금 조달책으로 꼽힌다"면서 "만일 실각한 그의 후임이 제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전문가들은 또 북한 당국이 역정보를 통해 북한 정권 내 권력투쟁 상황을 외부에 알리면서 불안감을 조성, 중국이나 미국의 대북압박 수위를 낮추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