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의 발행량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이후 크게 줄었지만 이는 우량등급 중심으로 감소했을 뿐 일부 취약업종은 여전히 장기 CP에 의존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의도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CP 발행잔액은 53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인 10월(58조6천억원)과 비교할 때 8.4%, 발행 규모가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5월(60조6천억원)보다는 11.3% 급감한 수준이다.

반면 올 하반기 전자단기사채(전단채)의 발행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AB전단채를 포함한 전단채의 총 발행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조4천억원에 불과했지만 11월 말 기준으로 11조2천억원까지 급증한 상태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5월과 동양그룹 사태 이후인 11월에 CP 관련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은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CP에 대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지난달부터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유동성·편입자산 신용도 규제가 강화되면서 CP의 수요가 위축됐다.

따라서 이런 수치상의 변화만 놓고 보면 전단채가 CP의 수요를 흡수하며 회사채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하려는 금융당국의 규제 목적이 달성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시장 대형 악재의 원인이 됐던 취약업종·비우량등급의 CP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정책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알려준다.

최상위 신용등급인 A1급 CP의 발행잔액이 지난 10월 말 대비 11월 말에 8.8% 감소하는 동안 하위등급인 A2∼A3급 CP 발행잔액은 4.8% 줄어드는 데 그쳤다.

또 만기 1년 이상 장기 CP의 총 발행잔액에서 취약업종인 건설업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하반기 내내 60% 중반대로 유지돼 장기 CP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단채도 총 발행량은 크게 늘었으나 이를 활용하는 업종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11월 말 기준 전단채 발행잔액(11조2천억원) 중에서 주로 제2금융권이 발행하는 AB전단채가 8조원대였고, 나머지 3조원대의 일반전단채는 대부분 유통업종이 발행한 것이었다.

김수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단기금융시장에서 전단채가 CP의 공백을 일정 부분 채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단채 발행에 참여하는 기업군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목적이 달성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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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