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으로 촬영한 성대 결절과 성대 폴립을 펜으로 이미지화시킨 드로잉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갤러리 쿤스트독'에 열리고 있는 박지은(42) 작가의 내장 드로잉 작품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개인전은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지 않으므로 없다고 착각하는 본질을 인간 외형이 아닌, 그 존재의 기반인 내장과 혈관을 통해 보여준다.
비틀즈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의 'Lucy(루시)'는 곧 사라져버리는 이상향 같은 소녀이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Lucy(루시)'를 어느 순간 느껴지나 사라져버리는 행복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바로 여기에서 착안해 작품과 연결시켰다.
내시경으로만 볼 수 있는 인간의 장기를 섬세하고 무수한 핏줄 하나하나를 찾아 연결해 그려내는 이미지의 연작이라고나 할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인간의 성대가 훈련 때문에 생긴 성대 결절, 성대폴립 등의 상처를 내장 내시경 드로잉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즉 성대 과용과 남용 그리고 오용이 원인인 '성대 결절'과 시끄러운 곳에서 갑자기 음성을 심하고 과도하게 사용해 생긴 '성대 폴립'을 환자 내시경에서 나타난 흔적들을 드로잉 작업으로 디테일하게 접근했다.
작품을 평론한 반이정 미술평론가는 "내시경으로 바라본 인체의 내부는 육안으로 살피기 힘든 영역이기에, 경외감과 관음욕구가 또 다시 환기되는 순간"이라며 "내시경으로 촬영한 흑백 살구멍의 실체는 성대이지만, 수축성 있는 상상 가능한 무엇이든 떠올릴 수 있는 열린 해석의 구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애와 자기 치유를 위해 의학적 위약 효과를 미학적으로 전용한 작가의 작품의 본질은 자신에 대한 자기언급, 자기 지시성에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3일 오후 전시장에서 작품을 관람한 임기연 액자작가는 "의학과 미술이 관련성과 연결점이 없는 것으로 보았는데, 내시경에 나타난 성대의 구체적 부분까지 드로잉을 해, 작품의 의미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며 "미지의 세계에 있는 신체 내부를 현대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 같다"고 말했다.
성대 내부 드로잉 작품 외에도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부르고 있는 여가수의 성대를 촬영한 6개 채널 영상물이 눈길을 끌었다.
박지은 작가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원인을 추적해 들어가는 것이 의학의 기본이듯 감춰진 내장의 진실을 가시화시켰다"며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비가시화된 세계와 불완전한 행복을 연결하려고 노력했다"고 피력했다.
박지은 작가는 지난 1995년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동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98년 의학과 관련한 'Balance'개인전(금산갤러리, 서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의학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며 작품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전은 개인 통상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그룹전에 작품을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