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유 국내 채권이 이달 한꺼번에 만기되면서 급격한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는 12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외국인 보유 국고채 및 통화안정증권(통안채) 규모는 총 5조9천억원으로 지난 6월(6조8천억원)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시적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규모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고채 및 통안채의 월별 만기 규모는 통상 2조원 내외 수준이다.
다만, 만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더라도 외국인이 다른 국내 채권에 재투자할 경우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제 6월에는 외국인 보유 만기물량이 더 많았지만, 대부분 재투자가 이뤄져 전체 외국인 보유잔고는 6월 한 달간 되려 2조3천억원 늘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외국인이 재투자를 하지 않고 국내 채권 보유량을 점점 줄여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7월 102조9천억원을 기록한 이후 8월 100조8천억원, 9월 98조2천억원, 10월 95조7천억원, 11월 95조원으로 매달 꾸준히 감소했다.
12월 만기상환을 앞둔 국고채(10-6호)의 외국인 이탈 조짐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국고채 10-6호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7월말 72.7%(6조9천억원)에 달했지만,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달 말에는 46.5%(4조4천억원)로까지 떨어졌다.
만기를 목적에 두고 매도에 나서는 행태는 새롭지 않지만,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7월말부터 11월말까지 전체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102조9천억원에서 95조원으로 7.7% 줄었다.
외국인 보유 채권잔고가 감소하는 원인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이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도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장기투자자마저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채권업계에서는 최근 외국인이 매도한 국채 만기도래 물량의 대부분이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프랭클린템플턴 펀드의 물량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최근 급격한 자금 유출을 겪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과는 달리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양호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자본 유출 우려는 적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나면 외국인 장기투자자들이 다시 원화 채권 보유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다시 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채권발행 당국은 12월 만기도래 외국인 물량으로 인한 채권시장 충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국고·통안채 만기를 앞두고 외국인의 채권 투자 동향을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차익실현 차원의 포지션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경제여건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급격한 자금유출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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