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김은혜 기자] 금융위기를 지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과거 이윤 추구에 급급했던 기업들이 사회와의 조화 및 기업 윤리를 지키지 않고서는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을뿐더러, 존폐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차츰 인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108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5000억엔 매출을 자랑하던 일본의 유키지루시 유업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다, 기업 브랜드에 타격을 입고 자회사 유키지루시 식품이 도산된 사건은 현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기업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행태 변화는 기업 경영의 중요한 과제로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하 CSR)이 더욱 부각되도록 만들었다.
CSR이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주·고객·거래처·종업원·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조화로운 관계 형성을 위해 기업이 담당하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책임을 의미한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법령준수, 투명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 노동, 인권, 환경, 소비자 보호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CSR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미비하다. CSR과 사회공헌을 동일시하는 경향도 여전하다. 사회공헌은 그 자체로 중요하고 핵심적인 활동이지만 사회공헌이 CSR 전영역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공헌만 잘 한다고 존경받는 기업은 될 수 없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CSR 모든 영역을 전반적으로 고려하고 균형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회공헌에 대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노동·인권 등 기타영역에 대한 책임 이행 수준은 사회공헌 활동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종업원·인권 등 다양한 분야를 CSR의 최우선 순위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시민들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공익적 기부활동'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대기업들이 지난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 주자가 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다. 2006년 외환은행 매각으로 엄청난 차액을 얻은 론스타가 1천억 기부 의사를 밝혔다가 오히려 비난 여론이 형성된 것도 CSR의 중요성 간과한 채 추진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내 악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에 발간된 '신흥기업ESG공개 프로젝트'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10대 기업이 공개한 CSR 자료를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주요기업이 환경이슈에 대해서는 비교적 양호한 보고 추세를 보였으나, 사회이슈 특히 인권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보 공개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KT, LG화학, LG전자, 포스코, 삼성전자, 신한금융그룹, SKT 등 조사한 10개 기업은 모두 적정한 수준에서 환경이슈를 공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권에 대한 보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10대 기업 대부분 거의 공개된 내용이 없거나 피상적인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특히 정치권과의 뇌물 스캔들이 터진 경우가 많은 한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분석된 10개 기업은 반뇌물·부패에 대한 정책 공개는 하고 있지만, 정치 후원금 기부에 대한 명확한 정책 공개를 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CSR 확산을 위해 협력업체들에게도 CSR 이행을 독려해 유관 산업계 전반으로 CSR이 확대되고 있으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공통적인 CSR 이행 지침을 수립하려는 움직임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ISO 26000은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가 중심이 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으로, 7대 핵심분야(지배구조,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한 운영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및 사회에 대한 공헌)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CSR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단하다. 일부 국가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CSR 이행 압력을 넘어 외국 정부와 기업들에게까지 CSR에 대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CSR에 대한 낮은 인지(사회 공헌만 하면 책임을 했다는 생각) 및 무대응으로 방관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지배구조·인권·노동 등 비재무적 측면에서 매우 취약해 수출 뿐 아니라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