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두고 한국·미국·일본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대륙간의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이 한·중·일 3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일본 언론 등 외신들은 미국에 이어 한국과 일본도 지난 23일 이후 각각 사전 통보 없이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 안에 항공기를 띄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와관련해 국방부 당국자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지난 26일 해군 해상초계기(P3-C)가 중국 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이어도 상공을 초계비행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 자위대와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들이 23일 이후 중국에 통보하지 않은 채 센카쿠 주변 공역에서 초계활동 등 임무를 수행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영토, 영해, 영공은 단호히 지킨다는 결의로 계속 경계 및 감시 활동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군 B-52 폭격기 2대도 지난 25일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훈련비행을 하면서 중국 측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중국은 전투기 긴급발진 등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지만,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관련 공역을 비행하는 항공기와 기기에 대해 식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초계기의 비행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방위성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B-52기가 중국 측 방공식별구역 안에 들어왔을 때 중국의 정찰기로 보이는 항공기가 미국기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28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장전략회의에서 양국은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공식 협의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백승주 차관은 이어도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한 데 대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발표 직후 한·일 양국과 협의 채널을 가동하며 공동 대응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백악관에서 아시아 문제를 총괄하는 에반 메데이로스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최근 비공개로 한국을 방문, 청와대 및 외교부 당국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를 논의한 데 이어 양국은 상대국 주재 대사관을 통해 대응방안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과 한·미·일 3국이 맞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내달 2일부터 한·중·일 세 나라를 순방할 예정이어서 다음주가 이번 사태의 향배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