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하라는 한국 사법부의 잇따른 판결에 대해서 일본정부와 관련 피고 기업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일본 가해기업의 공장을 방문해 사죄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김정주(83) 씨 등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2명은 26일 오후 2시 일본 도야마 현 소재 후지코시 본사 정문 앞에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일본 지원단체인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 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가 함께 했다.
김 씨 등은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2월경 도야마(富山) 현에 위치한 (주)후지코시(不二越) 강재공업 회사로 동원돼, 해방 이후 고향에 돌아오기까지 강제 노역을 당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김 씨는 "일본에 가면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일본인 담임교사의 말에 속아 졸업도 못 한 채 일본에 끌려갔다. 하지만 김 씨는 꿈에도 보고프던 언니를 만나지도 못했다. 해방 후 한국에 돌아온 김 씨는 나중에 결혼을 했지만 '위안부'라는 오해를 받아 파혼을 당하는 아픔까지 겪어야만 했다.
김 씨 등은 지난 2003년 일본정부와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사법부는 이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한을 철저히 외면했다. 1심, 2심에 이어 2011년 10월 동경 최고재판소에서 이들의 소송은 기각되고 말았다. 하지만 김 씨 등 피해 할머니들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지난 해 5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취지의 한국 대법원 판결에 힘입어, 올해 2월 14일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첫 공판은 지난 11월 7일에서야 진행되었다.
근로정신대 강제동원과 관련, (주)후지코시는 어린 소녀들을 일본으로 데려가 강제노역을 시킨 대표적 기업이다.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 주고 상급학교도 보내준다"고 꾀어서 1944년과 1945년 2회에 걸쳐 13~16세 어린 소녀 약 1,089명을 도야마(富山)에 있는 공장으로 끌고 가 강제노역을 시킨 것이다. 일제 강점기 하 최대 규모의 근로정신대 동원이었다. 이들 소녀들에게 임금은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이번 후지코시 현지 집회에는 김 씨 등 2명의 원고와 함께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 등 7명이 함께 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