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중국이 동중국해에 설정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ADIZ)이 미국과 일본의 반발은 물론, 한국과의 밀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26일 인터넷판 속보로 중국 공군의 ADIZ가 일본의 공군방위지역과 상당부분 중첩되는 것은 물론, 한반도 남쪽 한국의 상공과도 겹치며 그 가운데는 양국이 영해를 주장하는 바다밑 암초가 있다고 전했다.

저널은 "중국의 ADIZ 설정이후 한국정부는 중국 참사관을 불러 사전협의 없는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번 사안은 역사적으로 영토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는 물론, 한중 사이에 최근 조성된 친밀한 관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베이징대학에서 중국어로 연설하면서 중국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표하는 등 중국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은 지난 9월 서울 방문에서 중국어로 번역출간된 박대통령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DIZ 분쟁이 양국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진 않겠지만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중국의 정책결정에 관해 동북아 지역의 갈등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저널은 특히 주목할 것은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수중암초 이어도(중국명 쑤옌·蘇巖) 분쟁이라고 지적했다.

저널은 이어도가 한국영토에서 170km, 중국에선 290km 떨어진 암초로 한국정부가 헬기 착륙장을 설치하고 '해상 연구기지'로 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UN해양법조약 상 영해는 다른 나라의 영토를 중첩하지 않을 경우 370km까지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영해에 관한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널은 한중 양국이 이어도를 놓고 16번의 협의를 가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한국 외교통상부는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말외엔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한국과 협의를 통해 ADIZ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연세대의 중국전문가 존 덜루리 교수는 "지난 3월 집권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우선하는 정책중 하나가 중국의 지정학적 파트너로 한국과 같은 '중개국가(Middle Power)'와의 관계구축"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중국이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의사의 거사 현장 표지석 설치에 동의하는 등 한국을 배려한 우호적인 제스처가 일본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사실도 적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관심은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치우치지 않도록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북핵문제가 한국과 중국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덜루리 교수는 "한국의 관리들이 중국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통제하는 노력을 칭찬하고 있지만 중국은 한국이 원하는 수준의 압력을 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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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식별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