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Ⅲ 자본규제 시행을 열흘앞둔 은행권이 자본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막바지 자본확충에 한창이다.
금융감독원은 바젤Ⅲ 도입과 관련한 은행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 조만간 은행들에게 개정안 준수를 권고할 방침이다.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주도로 도입된 바젤Ⅲ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은행의 자본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은행의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은 보통주 전환 조건 등이 붙어야 '조건부 자본'으로 인정한다. 트레이딩계정과 유동화증권의 위험가중치는 상향 조정된다.
은행의 자본 인정 범위를 확 줄여 자본을 더 쌓도록 하고 자산의 부실 가능성을 세밀하게 계산, '체력이 약하면 돈 장사 못한다'는 원칙을 한층 강조한 셈이다.
은행들은 바젤Ⅲ 도입을 앞두고 '실탄' 확보에 분주하다. 이달까지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전환 조건이 붙지 않아도 돼 앞다퉈 이들 채권을 찍어냈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후순위채 2조5천500억원과 신종자본증권 1조1천500억원 등으로 3조7천억원의 자금을 당겨왔다.
당장 다음 달부터 조건부 자본증권이 되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금리는 물론 발행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미리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조건부 자본증권의 발행시장 자체가 전혀 없어 금리는 물론 발행 여부마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의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우정사업본부나 보험사가 주로 소화했지만, 앞으로는 지급여력비율(RBC)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은행들이 이미 발행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도 다음 달부터 1년에 10%씩 자본에서 깎인다. 깎이는 만큼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끌어와 메워야 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후순위채는 0.35%포인트, 신종자본증권은 1.50%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발행비용에 붙는데 앞으로는 비용이 훌쩍 뛸 것 같다"고 예상했다.
결국 자본 조달 비용이 오르거나 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경우 은행들은 자산 운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자본을 늘리지 못할 경우 신용위험이 높은 자산을 줄여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기본자본(Tier1)비율 등 규제 비율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위험자산인 중소기업 대출이나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여지가 커 가뜩이나 어려운 이들의 자금사정이 한층 더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뜩이나 수익성이 나빠진 은행권은 자본조달 비용이 오르면 중소기업 신용 공급을 줄일 유인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바젤Ⅲ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제인 만큼,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신인도 등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받게 돼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장 안전한 보통주 중심으로 자본을 재편하는 바젤Ⅲ의 취지는 바람직하다"며 "관건은 조건부 자본의 발행·유통 시장의 형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저신용층에 대한 신용 위축 같은 부정적 효과가 있더라도 바젤Ⅲ 도입에 따른 대내외 금융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현재 국내 은행들의 영업구조상 바젤Ⅲ 도입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보고 있다.
자기자본보다 위험가중자산이 더 줄어 10개 은행지주의 평균 BIS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2.91%에서 13.35%로 0.44%포인트 상승한다는 게 금감원의 추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