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마지막 냉전의 상징물인 DMZ(군사분계선)을 UN 주도하에 평화농장으로 개발하자는 계획을 뉴욕한인단체와 본국의 시민종교단체가 연합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한반도중립화통일운동본부(상임대표 김경락)는 19일 155마일 군사분계선에 '아리랑 평화농장'을 개발하는 남북한경제공동체 방안을 제안했다. 김경락 대표는 "아리랑 평화농장 프로젝트(Arirang Peace Farm in DMZ)는 분단 68년, 전쟁상태인 휴전 60년에 이르는 한민족의 고통의 장벽을 허물고 세계의 평화센터로 이끌자는 한민족평화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성공단이라는 남북간 경제협력의 결과물이 있지만 한반도 긴장에 따라 폐쇄조치 등의 홍역을 치른 것처럼 확실한 신뢰의 안전판이 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남북한이 동의하고 UN 관리하에 군사분계선 안에 대규모 평화농장을 만들어 경제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한반도평화협정촉구협의회 출범식을 주도한 그는 남북한의 범종교 시민단체가 연합하는 '아리랑 평화농장 추진협의회'를 구성하는 마스터 플랜을 세워 놓았다. 추진협의회 발기인으로는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회장 강종일 박사와 한반도평화통일연구소 김기종 소장,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조화순 한국여성신학자회회장,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 등 8개 단체 11인이 위촉됐다.
먼저 한국의 범종교단체 및 시민단체, 평화통일운동단체 연합으로 한국정부와 유엔에 아리랑평화농장 건의서와 서한을 전달한다. 북한정부에는 해외문화재 환수를 위해 남북공조의 물꼬를 튼 혜문스님과 북한에 의술지원을 해온 LA의 오인동 박사, 한미포럼 대표 안충승 박사 등 한국과 미국의 NCC 대표 등을 통해 접촉한다는 계획이다.
남북한 정부가 내부 절차를 통해 아리랑 평화농장 건설에 동의하는 것이 1단계라면, 남북한 정부가 UN총회를 통해 인준을 청원하는 것이 2단계이다. UN을 통해 실행하는 것은 아리랑평화농장의 신뢰와 실질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서다.
개발비용은 한반도분단의 책임당사국인 미국과 러시아, 일본에서 주요 경비와 부대시설비를 전담하되 UN을 통해 집행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자발적인 후원금과 개인, 기업 등의 성금도 모금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작사업은 기본적으로 남북한의 농민들이 맡지만 농장개발은 유엔을 통한 세계농업전문가 및 국내의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 전문가들로 이뤄진 농장개발기술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농민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정기적 훈련프로그램을 설정하고 기술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한 아리랑평화농장봉사단(Arirang Peace Farm Corps)을 범 세계적으로 모집하는 계획도 있다. 김경락 대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평화봉사단 이상으로 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모여들고 자랑스러운 글로벌 평화정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장개발과 함께 추진할 부대사업으로 '세계청소년평화센터'는 세계청소년들의 공동 관심사와 각국의 문화교류를 통해 청소년들의 글로벌 리더십 개발을 돕도록 한다. 세계문화 예술의 전당이 될 '아리랑문화센터'와 한반도경제협력공동체 개발사업 연구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국제평화연구센터'도 있다.
아리랑 평화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문제 해결은 물론, 기근에 허덕이는 저개발국가를 지원하는데 쓰여진다. 아리랑 평화농장이 그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의 철조망을 거둬내는데 그치지 않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위대한 상징물이 되도록 하자는 뜻이다.
김경락 대표의 아리랑 평화농장 프로젝트는 한반도중립화통일운동을 위한 헌신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1970년대초 도시산업선교활동을 하며 반독재 반유신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투옥돼 고초를 겪었다. 도미후 목회의 길을 걸으며 동포사회를 위한 밝은한인사회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동포사회를 위한 공익활동에 힘썼다.
그가 한시도 잊지 않은 것은 남북평화통일의 길이었다. 뉴욕흥사단 회장을 역임한 후 한반도중립화통일운동 상임대표직을 맡은 그는 동북아 4강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선 영세 중립국의 통일론이 해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반도중립화통일운동을 하면서 짧은 3년동안에 하나님께서 영감을 주시는대로 진행해 오고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지난 8월 한국을 다녀왔다. 긴급조치법위반으로 군사재판에서 최고형인 15년형에 대한 무죄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민주화운동 동지들을 만나면서 옛날과 달리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국교회협의회(K-NCC)와 시민단체,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등에서 '한반도평화협정촉구' 성명서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행동방안은 없었기때문이다. 며칠밤 잠을 설치며 고심하다가 아리랑농장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길 때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김경락 대표는 "불안한 전쟁의 휴면기를 끝내고 항구적인 평화로 전환하는 것은 민족의 당면과제다. 남북한 경제공동체의 유대 강화를 통해 남북이 신뢰를 회복하고 한민족 평화통일의 길을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