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 기관의 외부 기술심의위원이 관련업체로 부터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도 공무원 처럼 수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환경공단 설계심의분과위원으로 일하면서 특정업체에 높은 점수를 줘 공사를 따내게 해 준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죄)로 기소된 지방사립대 김모(55)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때 발주청 설계자문위원 중 공무원이 아닌 위원을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한 취지는 심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금품을 수수하면 공무원으로 보고 뇌물죄로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심의분과위원은 자문위원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봐야 한다며 "직무 관련 부정한 금품을 받았다면 자문위원과 마찬가지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09년 대형공사 입찰비리를 엄단하기 위해 건설기술관리법상 자문위원이 부정한 돈을 받을 경우 공무원으로 간주해 뇌물죄로 처벌토록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자문위 산하 심의분과위원 역시 비리를 저지르면 공무원으로 의제해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된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2011년 3월 환경공단 설계심의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공단이 발주하는 폐수종말처리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한 설계도서 심사에서 특정업체에 1위 점수를 줘 공사를 수주케 한 뒤 사례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심의분과위원은 건설기술관리법상 자문위원에 해당하지 않아 공무원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