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뻗은 단아한 한옥 아래 향교 유생들의 의복, 얼굴 표정, 제례 모습 등을 담은 사진전이 눈길을 끈다.
지난 6일부터 (오는 12월 22일까지) 경기도 광주시 분원길 3-6번지에 있는 '박물관 얼굴'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상윤 사진작가의 < 선비공간 그리고 얼굴 >전은 전통 향교와 선비의 얼굴을 통해 오랜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선비들의 삶의 궤적을 발견할 수 있다.
17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전통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고, 유교사상이 배어있는 공간과 선비의 얼굴을 매개로 유니크한 전통적 세계관을 녹임으로써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사상, 건축물, 자연, 인간의 조화 등을 얘기하고 있다.
옛 것이 주는 절제된 품격과 선비의 고이 모은 두 손에서 느껴지는 강인함, 대쪽 같은 얼굴의 고풍스러움은 작품전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고,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우리 역사와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성을 그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
16일 오후 전시장에서 열린 작가의 대화시간에 만난 김정옥 박물관 얼굴 관장은 "우리들에게는 우리들만의 얼굴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은 우리만의 삶의 양식이 있고, 먹을거리가 있고, 옷이 있고, 집이 있다"면서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얼굴을 통해 오랜 역사의 숨결을 느꼈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삶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상윤 작가는 "조선시대 공립교육기관이고, 남자만의 공간인 향교는 유복을 입은 학생들의 소박한 얼굴과 우리의 산하가 함께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전통의 소중함을 일련의 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된다"고 밝혔다.
작품을 관람한 임기연 액자작가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향교와 선비들의 모습을 통해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되새겨 진다"면서 "사진 속 프레임에 담아 있는 선비의 모습과 주변 환경에서의 고풍스러운 뭔가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경기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강윤성 교수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옛 것의 중요성을 새삼느끼게 한다"면서 "조선시대 유학과 관련한 상징적 사진에서, 현재의 우리의 모습이 어떤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상윤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향교는 우리의 전통적인 건축과 잘 맞는다. 서양건축은 자연으로부터의 분리를 주장 하지만 한옥은 자연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명륜당은 강학 공간이며 대성전은 성현을 배향하기 위한 제향 공간이다. 배움의 공간과 제향의 공간이 같은 형태를 가지면서 합리적인 공간 배분을 통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16일 오후 3시 '박물관 얼굴' 전시장에서 이상윤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마련해 관객들과의 대화를 나눴다. 전시는 오는 12월 22일까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작품을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이다.
배재대학교 사진영상디자인학과 교수인 이상윤 사진작가는 1992년 니혼(日本)대학교 대학원 예술연구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7년 첫 번째 개인전 'The Image of Land Form (P.G.I. 갤러리, 도쿄)'을 시작으로 2001년 두 번째 개인전 'The Flow of Silence (하우아트갤러리, 서울)'를 열었고, 2003년 세 번째 개인전 'The Flow of Silence (나고야갤러리 무로, 일본)'를 개최했다. 이번 '선비의 공간, 그리고 얼굴(얼굴박물관 초대전, 경기 광주)'은 네 번째 개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