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전군표(59) 전 국세청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청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프랭크뮬러 손목시계와 3억1860만원을 추징했다.
또 전 전 청장과 CJ그룹 사이에서 금품을 전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로 기소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에게는 징역 2년6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 전 청장은 세무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누구보다 도덕성과 청렴성이 필요한데도 직무대상자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편의를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며 "직책이 가지는 무게에 따라 엄한 형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허 전 차장을 시켜 이 회장에게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3억원이 넘는 거액을 받는 등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이로 인해 세무공무원과 국세청 조직 전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혔고 세무행정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시켰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받았지만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수한 금품 중 일부는 공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허 전 차장에 대해 "CJ그룹 재무담당 임원과 대학 동창이라는 인연을 빌미로 부정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퇴직한 이후에는 CJ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최대한 활용해 혜택을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전 청장을 보좌하는 최고위 간부로서 상급자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기는 커녕 범행의 단초를 제공하고 뇌물 심부름을 자청하는 등 범행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방조범에 불과하고 이익을 얻은 것이 없지만 범행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 전 청장은 지난 2006년 7월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및 납세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 대가로 미화 30만 달러(한화 약 2억8397만원)를 허 전 차장을 통해 전달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같은해 10월 CJ측으로부터 '세무 현안에 대해 잘 봐달라'는 취지로 허 전 차장을 통해 프랭크뮬러 손목시계 1개(구입가 3570만원)를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