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부지역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최대 1만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기독교계를 비롯 각 영역별 NGO(비정부기구) 및 민간단체들이 필리핀 재난 지역에 긴급구호팀을 파견하고 구호물자 확보 및 지원에 나서며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가 심각한 레이테섬과 사마르섬의 교통, 통신 등 도시 기반시설이 완전히 파괴돼 구호물자의 운송 경로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어 간절한 기도가 요구된다.
국제 전문구호개발기관인 월드비전은 '최고재난 대응단계'로 선포하고 집중 피해 지역인 사마르레이테(5명), 파나이(10명), 보홀(5명)에 피해조사팀을 파견했다. 먼저 11일에는 이불(5천4백개), 방수포(3천개) 등이 포함된 독일 월드비전의 긴급구호물품이 마닐라에 도착, 12일부터 본격적인 물품 배포가 이뤄졌다.
월드비전은 관계자는 "식량, 비식량 물자자원, 임시거주 시설, 식수 및 위생, 아동보호 등의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총 예산은 한화로 약 2백억, 총 수혜자는 8만 가구 약 40만 명을 잠정 목표로 정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한국, 호주,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미국 월드비전에서 총 9억여 원의 후원금이 필리핀에 전달된 상태다.
굿네이버스는 20만 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하고 마닐라에 긴급구호 식량키트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굿네이버스에서는 구호팀으로 4명을 타클로반과 사마르섬에 파견해 현장조사를 실시 중이며, 추가로 한 명이 오늘 오전 출국해 현장에 합류했다. 빠르면 내일(14일)부터 이재민들에게 식량키트를 배분할 계획이라고 굿네이버스는 밝혔다.
기아대책은 초기 5만 달러 규모의 긴급구호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하고, 9일 현지인 및 한국인으로 구성된 필리핀 기아대책단원 3명을 타클로반에 1차 파견한 후 12일 오전 한국 기아대책단원 3명을 2차 파견했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현지에 가장 필요한 물품을 어떻게 지급할지 현장조사 단계"라며 "무엇보다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는 피해 주민들에게 운송할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장 구호팀에 의하면 시신을 수습할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도처에 시신들이 방치돼 있고, 높은 기온으로 시신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호물품 조달 경로만 확보하면 세부섬에서 준비 중인 구호물품을 신속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 인명피해 중 40%는 어린이…아동구호·복지단체들도 적극 구호 나서
사망·실종자로 중 약 40%가 어린이로 추정되는 가운데 어린이들의 성장, 교육, 구호 사업 등을 펼치는 NGO 단체들도 구호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0일부터 타클로반과 일로일로에 구호팀을 파견, 피해 아동, 주민들을 위한 식량, 식수 등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하고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13일 현재 필리핀 현장사무소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긴급구호팀을 보강하고 오늘 두바이 공항을 출발한 40톤 규모의 구호물품이 현지시각으로 내일 새벽 세부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구호물품에는 방수시트(2백개), 플라스틱시트(약7400개), 담요(1만2천개), 신생아 키트(5백개) 등이 포함됐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후원 아이들의 피해 상황은 내일 새벽쯤 확인될 예정"이라며 "빈곤 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재앙에 가까울 정도다.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 집, 학교, 병원 등 모든 삶의 터전이 허물어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일드펀드연맹(이하 차일드펀드)은 총 1천만 달러(약 107억원)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연맹에 소속된 국내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억원을 초동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차일드펀드는 재난지역에 근접한 세부의 한 대학 건물을 확보하여 현지구호캠프를 세우고 식수, 담요 등 긴급구호물품과 심리사회적 치료 지원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알렸다. 또 피해가 심한 타클로반을 비롯해 오르목, 로하스 등 세 지역에 각각 두 개의 아동중심센터를 세우고 3천여 가족을 위한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일드펀드 아시아 지역 매니저 줄리안 안쏘는 "물과 음식은 이미 완전히 고갈된 상태이며 지역사무소가 있는 곳에서 의약품, 식량 등을 전달하고 있다"며 "생존 위기가 심화되고, 이에 따라 범죄와 약탈이 늘고 있지만 필리핀 정부가 군 경찰 지원을 확대하며 혼돈 수습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이번 태풍 규모가 역대 최고인 만큼 피해 정도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며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한 필리핀인들, 특히 어른들보다 더 충격 받았을 어린이들을 위한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은 13일부터 추가 지원을 위한 모금활동에 돌입했으며 긴급구호팀도 파견할 계획이다.
아동복지기관인 컴패션은 필리핀 현지 컴패션에서 특별 재난구호팀을 구성해 비사야 제도 남부지역, 일로일로, 맥탄 아일랜드, 레가스피시, 레이테주 등에서 지역 어린이센터를 중심으로 구호물품 지급 및 복구사업에 힘쓰고 있다.
한국 컴패션 관계자는 "현재까지 피해 지역에서 확인된 53개 어린이센터를 포함해 총 120여개 어린이센터와 후원 어린이 및 가족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며 "현지 피해 규모가 너무 크고 심각해서 정확한 피해 상황과 정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후원 어린이 중 사망자가 보고된 사례는 없지만 대규모 자연재해 앞에 상처 입은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한 도움이 시급하다"며 "필리핀 피해 복구를 위해 모금된 기금은 피해 지역 어린이센터를 중심으로 어린이 지원 및 지역사회 복구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은 이번 태풍으로 9개 지역 소재 약 950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61만8175명이 집을 잃고 이 중 43만5701명은 1458개 이재민 센터에 대피해 있으나 나머지는 거처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 전기, 통시 등의 도시 기반시설이 모두 파괴되는 등 현재까지 미화 약 682만 달러(약 75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분석기관 키네틱 애널리시스코프는 필리핀의 경제적 피해가 약 140억 달러(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