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속칭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초콜릿과자에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일본산 원료가 사용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일간 치열한 '빼빼로데이' 대결을 전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환경단체들은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일본산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들이 생산한 초코과자에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온 원료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사는 후쿠시마 지역의 원료를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빼빼로와 일본의 연관성이 부각된 탓일까. 이번엔 WSJ가 11일 웹사이트 '코리아 리얼타임'에 빼빼로데이의 유래와 롯데제과와 빼빼로의 원조로 알려진 일본산 포키와의 치열한 경쟁을 상세히 소개했다.
저널은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가 된 것은 94년 부산의 여중생들이 11/11처럼 날씬해지기를 바라는뜻에서 네 개의 1이 겹치는 이날 비슷한 모양의 초코스낵 빼빼로를 주고받은데서 비롯됐다"고 소개했다.
저널은 "이같은 유행이 지방 미디어에 보도되면서 롯데가 마케팅에 활용했지만 초콜렛과자를 먹으면서 날씬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뭔가 좀 잘못됐다"고 유머러스한 지적을 했다.
빼빼로데이가 탄생한지 5년후인 99년 빼빼로와 꼭 닮은 포키를 생산하는 일본의 에카이 글리코사가 이른바 '포키 데이'를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 11주년인 99년부터 2011년 11월 11일(11/11/11)을 겨냥한 장기 판매전략이었다.
과자 모양은 일본이 먼저 만들었지만 마케팅 전략은 일본이 모방한 셈이다. 이같은 인위적인 기념일 마케팅은 스낵 비수기였던 11월을 일약 스낵 성수기로 이끌었다. 각자의 시장을 지키던 양 업체가 정면대결을 하게 된 것은 지난 여름 글리코사가 한국에 진출하면서부터다.
해태제과는 합작법인 글리코해태를 설립해 걸스데이가 출연하는 포키 홍보동영상을 만들고 빼빼로 진열대 바로 옆에 포키를 진열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WSJ는 "11월 11일은 빼빼로가 최고 매출을 올리는 날로 연간 매출액 870억원의 절반을 9월부터 11월 사이에 올린다"고 전했다. 글리코사는 2018년까지 포키의 한국매출을 5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글리코가 초콜렛을 묻힌 프레첼스틱과자를 처음 생산한 것은 1966년이고 롯데가 빼빼로를 한국시장에 내놓은 것은 1983년이다. 글리코는 빼빼로가 포키의 모방상품이란 점을 들어 법적 대응을 검토했지만 한국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방법을 취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저널은 "롯데측이 빼빼로는 포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당연히'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리코는 한일간의 특수한 관계를 의식해 포키가 한국서 생산 판매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널은 빼빼로와 포키의 대결은 향후 동남아시아로 확전될 전망이라며 롯데가 11일 싱가포르 쇼핑센터에 빼빼로 마스코트를 세우는 등 홍보이벤트 행사를 벌인다는 소식을 아울러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