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이 조성한 비자금 중 25억원가량이 차명계좌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정황을 금융당국이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 자금의 일부가 KB금융 경영진의 비자금 형성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은행 도쿄지점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국내로 정체불명의 뭉칫돈 수십억원이 들어온 것이 발견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자금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직원들이 신용등급과 기업 재무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대출해서는 안 되는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거액을 빌려 주면서 받은 수수료로 조성됐다.
뭉칫돈의 규모는 최소 2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계좌를 추적 중이다.
금융당국은 국내로 들어온 자금이 KB금융지주나 국민은행 등 경영진의 비자금 형성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직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 경영진에 대한 추가 조사로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비자금 의혹을 캐는 이유는 부당대출이 도쿄지점장의 승진을 위한 공적 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적발됐기 때문이다.
일단 KB지주 경영진이 작년 10월 도쿄지점 방문 후 정기포상 시기가 아님에도 상을 주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한 점이 의심을 사고 있다. 부당대출이 최소 5년 이상 지속됐는데도 본사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일본 금융청의 부국장급 관계자가 최근 금감원을 방문해 도쿄지점 부당대출 조사 경과를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안의 심각성이 중대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일본 당국자가 금감원까지 직접 찾아와 협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일절 공식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는 "유입된 돈이 KB지주 경영진의 비자금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으며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