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도전했던 FC서울의 '아름다운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비록 우승컵은 얻지 못했지만 서울은 아름다운 도전을 보여줬다.
서울은 9일 오후 9시 중국 광저우 텐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결승 2차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겨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달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던 서울은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홈에서 2골이나 내준 서울은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거나 비기더라도 최소 2-2 이상, 혹은 3-3 이상 무승부를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끝내 1-1로 비겨 원정 다득점에 밀려 아쉽게 고배를 들었다.
비록 우승컵의 주인이 되지는 못했으나 서울은 충분히 잘 싸웠다. 광저우는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 앞선 홈 6경기에서 무실점을 자랑할 만큼 안방에서는 극강의 모습을 보여왔다. 서울은 그런 광저우를 상대로 골문을 처음 열었다.
후반 14분 엘케손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마침내 후반 16분 데얀이 동점골을 일궈냈다.
시차는 많이 나지 않지만 원정 팀의 일방적인 응원도 분명 부담이었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와 원정 부담이라는 이중고와 싸운 서울은 명승부 끝에 11년 동안 묵혀온 아시아 정상이라는 꿈을 아쉽게 삼켜야 했다.
서울은 2002년 전신 안양LG 치타스가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안클럽챔피언십에서 준우승에 그친 뒤 11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 동안 올해를 포함해 세 차례나 본선에 올랐지만 지난 2009년과 2011년 모두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2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서울은 올해만큼은 달랐다.
매번 8강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과 달리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의 8강 원정 1차전을 1-1로 비긴 뒤 2차전에서 1-0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에스테그랄(이란)과의 준결승에서도 안방에서 2-0으로 완승을 챙긴 뒤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거둬 합계 4-2로 꿈에 그리던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승 진출 이후는 더욱 고난이었다. 주중 K리그 클래식 경기를 병행하며 일주일에 꼬박 두 게임씩을 뛰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최용수 감독은 선수 운용에 애를 먹었고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걸린 4위권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흡사 마른 나뭇가지에서 물을 짜내는 것과 같은 고난이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난 2일 끝난 수원삼성과의 피할 수 없는 슈퍼매치에서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등 최선의 결과를 냈다.
1년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광저우. 그 가운데 엘케손, 무리퀴(이상 브라질), 다리오 콘카(아르헨티나) 등 공격 삼각편대의 몸값이 약 225억원에 달할 정도의 초호화 군단을 맞아 서울은 기죽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웠다.
서울의 이번 결승전은 5년 이상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아시아 축구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K리그를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었다. 자본을 앞세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클럽을 견제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비록 중국 클럽에 첫 우승 트로피의 영광을 내주기는 했지만 모든 의미가 퇴색된 것은 아니다. 조별리그부터 고비마다 드라마를 써온 서울은 K리그 팀의 가치를 충분히 빛냈다.
K리그 30년 역사를 새로 쓰고 싶다는 최용수 감독은 아름다운 도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