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8일이 주식시장 방향을 결정짓는 '운명의 날'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석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네 마녀의 날)이 이날로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들 '빅 이벤트'가 무사히 지나가더라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같은 날 밤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5일 증시 전문가들은 만기일과 금통위 변수 자체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며 당분간 위아래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동시만기ㆍ금통위 영향 크지 않을 듯
선물옵션 동시만기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 증시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동시만기일에는 오히려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돼 시장을 떠받칠 가능성이 있다.

프로그램 매수 여력을 의미하는 순차익잔고(매도차익잔고-매수차익잔고)가 마이너스 3조원 후반대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매도차익잔고는 청산되고, 매수차익잔고는 추가로 늘어나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될 여지가 생긴다.

만기일 때마다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로 시장을 압박했던 외국인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만기일 기준 외국인의 차익거래 시장 점유율은 35%에 달했지만, 이번달 들어서는 외국인 비중이 20%로 축소됐다.

최창규 연구원은 "지금까지 만기일에는 외국인이 매도로 시장을 압박하면 국가지자체가 매수로 대응하며 장을 떠받쳤다. 그러나 지난달 주가 폭락 과정에서 외국인 차익 매도가 미리 대규모로 나왔기 때문에 남아 있는 물량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금통위 변수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유력해 중립적인 수준의 영향이 예상된다.

8월 물가지표의 급등으로 기준금리 인상론도 일부 나오고는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주이환 연구원은 "인플레이션만 보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지금은 물가불안보다 대외 악재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이달 말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중요한 변수가 몰려 있어 섣불리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점도 금리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명절에는 대개 화폐 수요가 증가하는데, 금리를 인상하면 화폐 공급이 줄어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물가가 지난달을 고점으로 안정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3% 올라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가 많이 와서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탓이다. 기상악화는 일시적 요인이기 때문에 물가가 점차 가라앉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올해 초보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어든 상황이고, 국외 불안요인이 심각하기 때문에 동결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 예상된 바라 시장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모든 관심이 쏠려 국내 이벤트는 부차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연설 경계심리 발동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없는 한 동시만기와 금통위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오바마 발언을 앞두고 경계심리가 나타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을 경기부양책 시나리오가 앞서 시장에 많이 전달된 만큼 기대 이상의 대책이 없거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는 주가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장 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화당의 반대로 기발한 재정정책을 내놓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바마 발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제 연구원도 "오바마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는 새로운 제안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장기 국채를 매수하고 단기 국채를 매도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 충격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장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발언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지난 주말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돌파구는 여전히 각국의 정책적 대응 과정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지표 악화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강하게 발언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주 초반 불안한 흐름의 시장이 주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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