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6일 9시간여 동안의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이날 오후 1시50분께 문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오후 11시25분까지 9시간30여분 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초안에 대한 수정 보완지시를 했고, 이에 따라 수정보완 보고가 이뤄진 사실이 검찰의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며 "보완된 회의록이 보고된 이상 최초 보고된 대화록 이관되지 않는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들이 이지원 문서관리 시스템과 기록물 이관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았다"며 "오늘 (조사에서) 충분히 설명을 했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참여정부가 국가정보원에 남겨놓은 국가비밀기록을 국정원과 여당이 불법적으로 빼돌리고 내용을 왜곡해 대통령 선거에 악용했다는 것"이라는 종전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검찰에 출석하는 문 의원을 연호했던 100여명의 지지자들 중 일부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0여명은 문 의원이 조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검찰청사 앞을 지켰다.
검찰은 이날 문 의원을 상대로 남북정상회담 직후 생성된 회의록 완성본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고 봉하 이지원에만 남아있는 경위, 회의록 초본이 봉하이지원에서 삭제된 이유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 문 의원이 회의록 미이관과 삭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닌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이른바 '사초 실종'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8월16일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한 이후 50여일 동안 분석작업에 착수, 국가기록원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검찰은 이 과정에서 2008년 2월 청와대 e지원시스템을 복제·저장한 이른바 '봉하e지원'에서 회의록 수정본을 발견하고 삭제된 회의록 초본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남북정상회담에 직접 배석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회의록 작성과 등록, 이관 등에 참여한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등 20여명을 상대로 미이관 경위 및 고의 삭제 여부 등을 조사했다.
참여정부 측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회의록 초안은 수정 지시로 인해 최종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초안은 이관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완성본이 이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보고 당시 이지원은 이관을 위한 초기화 작업 중이어서 결재가 필요없는 '메모보고'를 한 것"이라며 "메모 보고는 문서로 출력한 뒤 보고해야 국가기록원으로 이전된다는 공지가 있었지만 조 전 비서관이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참여정부 측 해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화록 초본 삭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 의원에 대한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처벌대상과 수위를 확정하고 조만간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