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3분기 지역고용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전국 자치단체 일자리담당자들   ©고용노동부 제공

정부 차원에서 내년에 첫 실험에 나서는 공공기관 시간제 일자리가 고졸·대졸자 등 청년층 신규 채용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가운데 책정된 연봉을 두고 '반쪽 청년 일자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5일 공공기관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4년 잠정 채용계획에 따르면 295개 공공기관 중 내년에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 있는 곳은 136곳으로, 총 1,027명을 뽑을 예정이다.

정부는 앞서 주부, 노령층 등 경력 단절자와 일-학업을 병행하는 청년층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산해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제시한 시간선택제는 청년층에 초점을 맞춘 '신규' 채용이 대부분이다. 전일제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 연봉 1천600만원짜리 '반쪽 청년 일자리'만 양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손쉽게 신입으로 채울 것이 아니라 직무분석을 통해 주부 등 경력단절자가 할 수 있는 활용모델을 개발해 민간분야로 파급해야 시간선택제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내년에 시간제 근로자를 10명 이상 채용하면서 보수와 근로시간 등 계획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힌 24개 공공기관 중 23개가 시간제 근로자를 신입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경력직 채용 의사를 밝힌 공공기관은 기업은행 1곳으로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 생활을 중단한 여성을 중심으로 일 4시간 창구직 텔러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 채용이 나이와 경력 등 이른바 스펙을 초월하는 만큼 청년층뿐 아니라 경력단절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지만 신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장 낮은 직급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학업과 육아, 점진적 퇴직 등 개인의 자발적인 수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로서 시간제 일자리와 거리가 있는 또 다른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양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일자리, 일-학업을 위한 청년 학생 일자리, 베이비붐 세대 은퇴를 고려한 고령층 일자리인데 세 분야에 걸맞은 직무를 발굴하지 못하다 보니 기존 청년 일자리만 시간제로 만들고 있다"면서 "잘 못하면 그냥 하위 일자리만 추가 공급하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기관들이 제시한 업무는 간단한 상담·접수 및 서비스 응대, 사무 지원, 순찰·경비 등 전문성이 있는 경력직이 할 수 있는 업무보다 단순 허드렛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24개 공공기관 중 8곳이 시간제 정규직 모집 대상을 고졸자로 지정한 것도 전문직 중심의 양질 일자리보다 질 나쁜 청년 일자리를 추가 공급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공기관의 내년 고졸 채용인원은 1,933명으로 올해의 2,512명보다 23% 감소했다.

고졸채용 감소 인력 규모(579명)가 내년에 처음으로 선발하는 시간제 일자리 1,027명을 전일제로 환산한 553명과 유사한 수준이어서 고졸 할당량을 시간제로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24개 공공기관이 제시한 시간제 근로자의 평균 보수는 연 1,618만원으로 다른 조건이 동일한 공공기관 전일제 근로자 연봉(2,890만원)의 56% 수준이다.

연봉은 1,100만원에서 2,400만원까지 2.2배 격차가 있다. 기본적으로 주5일 하루 4시간 근무를 설정하고 있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5~7시간을 근무하도록 해 보수 차이가 상당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공공기관별로 채용 계획을 만들어가는 단계"라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이 협업해 시간제가 근무하기 적절한 직무를 발굴하고 이에 상응하는 처우를 제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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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시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