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여섯째 날인 4일 WCC의 새로운 선교 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 기독교의 지형 변화 속에서 선교와 전도(Together Towards Life: Mission and Evangelism in Changing Landscapes)'가 발표됐다.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는 이날 오후 부산 벡스코(BEXCO) 마당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선교 문서와 선교 정책에 관련한 WCC의 입장을 전달했다.
기자회견에는 위원회장인 게에바르게즈 모르 코오릴로스 주교(Geevargjese Mor Coorilos, 시리아정교회 인도 니라남 수도대주교)와 부위원회장인 커스틴 킴 박사(Kirsteen Kim, 영국 성공회/리즈트리니티대학 신학교수), 총무 금주섭 목사가 자리했다.
코오릴로스 주교는 본격적인 질의응답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까지는 1982년 발표된 문서가 WCC의 유일한 선교 문서였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냉전 종식, 인터넷 발달, 세계화, 9.11 테러, 이민 등 선교 지형의 변화가 일어났고 이번 문서는 이런 문제들에 새로운 신학적 틀로 신선한 응답을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20~30년간 WCC의 선교 운동은 이 문서에 입각해서 진행될 것이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요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이다. 이 날 기자회견의 통역은 금주섭 목사가 맡았다.
회의에서 '주변부(margins)로부터의 선교'를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그리고 유럽과 같이 세속화된 사회에서는 이를 어떻게 적용하고 펼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코오릴로스 주교: 지금 세계화 과정에서 착취당하고 지배당하며 소외당한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교의 선교는 예수님이 갈릴리에서 소외된 자들을 주체로 부르시면서 시작됐다. 주변부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매일 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다. 이들은 어떤 것이 생명을 확증하고 어떤 것이 생명을 파괴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문서는 이들을 선교의 주체로 내세울 것을 주장하고 있다.
커스틴 킴 박사: 유럽에서는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이 선교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유럽이 이제는 오히려 선교지가 되고 있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등 남반구로부터 복음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다.
금주섭 목사: 유럽은 급속도로 세속화되고 있다. 그런 반면 젊은 세대 가운데서는 탈세속화하기 위한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 젊은 세대가 가장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것이 다양한 시민사회 운동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 세대와 우리 기독교가 어떻게 협의해서 선교할 것인지가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다. 기독교 가치와 기독교를 모르는 이 새로운 세대와 함께 어떻게 일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교회 안에서 종교 간 대화 문제로 WCC에 대한 굉장한 비판이 있고 반대가 강력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커스틴 킴 박사: 기독교 공동체는 어떠한 한계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성령의 선교를 이야기하고 있다. 성령은 바람 또는 불길처럼 하나님이 인도하는 곳에서 일한다. 한국 교회 역시 기독교가 존재하지 않을 때 성령의 사역을 통해서 사람들이 회개하고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래서 기독교 공동체 안에만 성령의 선교를 가둘 수 없다. 가장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에서조차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입장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선교에 참여하기 이전에 성령은 이미 일하고 있다. 그 성령의 사역을 발견하고 동참하는 것이 선교다. 특히 오늘날 생명에 대한 위협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과는 누구든지 손잡고 일하도록 요구한다. 무슨 종교를 가졌든지, 종교가 있든지 없든지 생명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이들의 선함을 발견하고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성령의 선교다.
이번 선교 문서에서 성령과 교회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 기존 에큐메니칼 진영이 지향하던 '하나님의 선교와 복음주의의 교회의 선교' 가운데 이 문서가 자리가 어떠한 것인지, 또한 세계선교회의를 향후 준비 중인 줄 아는데 계획이 궁금하다.
커스틴 킴 박사: 새로운 문서는 하나님의 선교와 교회의 선교가 융합되고 하나되는 접근이다. 선교는 분명 하나님의 선교다. 하나님이 성자를 세상 속에 파송하셨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성령과 제자 공동체를 파송하셨다. 이 제자 공동체가 교회의 원형이다. 하나님의 선교와 성령의 선교, 교회의 선교는 분리될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의 선교에 있어서 교회라는 공동체는 특별한 지위와 역할을 차지한다.
따라서 새로운 문서는 하나님의 선교와 교회의 선교를 대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그 선교적 사명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교회가 선교적 사명을 망각하면 교회가 아니다. 이것이 새로운 문서가 선언하는 것이다.
코오릴로스 주교: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는 총회와 다음 총회 사이의 기간에 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해 왔다. 이번 선교대회는 2017년에 개최할 예정이고 구체적인 사안은 내년을 즈음해서 결정된다. 이번에 선교 문서가 발표됐고, WCC는 향후 4년간 이를 실천하는 운동을 강력하게 펼치고 2017년 선교대회에서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종교 간 대화에서 일부 기독교인들이 '타종교에는 진리가 없다'는 배타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문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커스틴 킴 박사: 실제로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 문제에 배타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새로운 선교 문서에서는 다른 종교, 심지어 믿지 않는 시민사회에도 생명을 위해서 일하고 생명을 생명되게 가꾸는 지혜들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 지혜들을 악하다고 보지 않는다. 생명을 생명되게 하는 것은 성령의 선물이다. 그들과 함께 대화해서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