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IT기업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31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다음을 준비하는 방법(How to prepare for what's next)'을 주제로 학생들과 창업과 혁신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과 함께 학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강당에 입장한 슈미트 회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었다.
슈미트 회장은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고도로 발전된 인터넷환경을 극찬하며 앞으로 다양한 사업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은 기술과 개성이 최적으로 조화된 나라이며,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사람들은 그 어떤 난관에 봉착해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5, 6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네트워크가 불편하고 휴대폰 호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술혁신이 한반도 안에서만 그치는 게 아닐까 염려했다"며 "하지만 지난 5년간 많은 변화가 생겼고, 대표적인 경우가 모바일 컴퓨팅"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야심 있는 젊은이라면 IT, 이중에서 여전히 미개척지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창업을 하지 않았지만 2001년 리눅스 개발업체인 노벨의 대표이사로 있을 당시 신생기업이나 다름이 없었던 구글에 합류한 경험을 언급했다. 이는 젊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가 말하는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구글이 이렇게 클 줄 몰랐지만 전세계 혁신을 이끌면서 지속 성장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스마트안경', '무인자동차' 등을 개발하는 등 창조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시장 상황과 관련, 투자환경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현재 정부가 "IT 강소기업을 대거 육성해 경제를 살린다"는 창조경제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이지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창업가들이 많다.
이에 슈미트 회장은 "기본적으로 벤처투자를 받은 업체들 중에서 10분의 1만이 성공하고, 그나마 이들조차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7~1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은 장기간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글을 예로 들었다. 창업자가 회사를 설립할 때 대학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젊고 똑똑한 인재들이 몰릴 수 있었는데 이들이 지나치게 제약을 받지 않도록 활동의 공간을 제공한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위계질서가 엄격한 한국에서는 "좀 더 수평적인 문화, 좀 더 많은 여성의 참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독려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슈미트 회장은 "여러분들은 그 누구보다 열정이 있고, 뭔가를 창조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이디어를 갖고 주변 사람을 설득해보고, 만약 그게 안 되면 똑똑한 사람들을 찾아 함께 일해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