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중심의 배타적 신앙관은 교회와 세상이 서로가 등을 돌리게 하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분리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쉽다. 하지만 선교신학자들은 교회의 궁극적 존재 목적은 교회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고 회복하는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 나라에 있다'고 말한다. 교회의 모든 활동이 결코 세상과 전혀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다종교사회인 비서구 지역에서는 기독교사회를 이뤘던 서구와 달리 교회와 세상을 이원론적으로 나눠 대립관계에 세우는 경향이 있다. 한국교회가 비서구 지역의 교회 특성을 이해하고 좁게는 지역사회에서부터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하는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일 장신대 교수는 아시안 패스토럴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선교적 교회론을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분리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신학적, 선교학적 시도 중 한 주제가 '선교적 교회론'(missional ecclesiology)"이라며 "이는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선교이며, 선교는 어떤 활동이나 프로그램 이전에 교회의 본질적 이해로부터 출발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전통적 해외선교의 관점에서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선교는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부터 출발하여 세계 모든 지역과 상황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선교가 더 이상 지리적, 공간적 차원을 기준으로 설명하지 않고 이 세상 전체가 선교현장이며, 먼 해외 지역만이 아닌 자신이 속한 지역을 선교현장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미신학자들이 제시한 선교적 교회론은 기독교사회를 거쳐온 북미교회가 처한 상황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제기된 것"이라며 "한국신학자들이 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비기독교 사회인 아시아 지역의 교회 특성을 세상관, 교회관, 선교관, 교회구조 등으로 나눠 접근했다. 그는 아시아교회가 교회와 세상을 대립구조로 보는 세상관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비기독교 지역에서 선교 초기에 신앙을 가지려면 자연히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 있고, 교회를 '구원의 방주'로 강조하는 신앙구조를 형성하게 된다"며 "또한 국가적, 사회적으로 암울한 상황에서 구원의 경험은 종말론적 기대를 강조하는 개인주의 신앙, 탈사회적 신앙의 특성을 갖게 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영적 전쟁을 교회와 세상의 대립관계로 이해하면서 이중적 대립구도가 더욱 고착화됐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신앙을 갖기 전 대부분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회심은 '기존 종교를 버리고 떠나서 교회로 돌아오는 것'으로 강조됐고, 그리스도인이 되는 과정이 '떠남과 새로운 소속감'을 통해 진행됐다"면서 "기독교 신앙이 강조될수록 기존 종교에 대한 비판과 적대감이 비례하여 강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 교수는 "이처럼 신앙생활을 영적 전투로 이해하고 전투 대상을 타종교로 인식하면서,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는 타종교와 평화로운 공존 관계를 갖기 어려웠다"며 "이는 선교 열정과 헌신도가 높을수록 타종교에 적대적이거나 공격적 태도를 갖게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에 대립적 특성을 가진 아시아교회는 자연스럽게 교회중심적 교회론을 형성하게 됐다. 한 교수는 "여기서 교회중심적이라는 형태는 교회 자체가 선교의 주체가 되고 목적이 되는 형태"라며 "세상을 향해 파송된 교회의 본질에 비춰 볼 때 이런 '모이는 교회'만으로는 그 의미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이는 교회는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세계선교역사에서 젊은 교회(young church), 곧 아시아교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원색적 신앙생활이 특징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짧은 교회역사로 사회 속에 뿌리내린 기독교 문화나 의식이 부재하고, 전적으로 지역 개교회에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교회는 개교회가 총회와 전체 교회를 유지하는 특징을 가진다. 한 교수는 "곧 개교회가 강화돼야 노회, 총회가 든든하고 전체 교회가 든든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서구에서는 탄탄한 전체 교회구조가 지역교회를 유지하고 있다면, 아시아에서는 지역교회 중심구조"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서구교회처럼 해외선교 중심과 프로그램 위주의 아시아교회 선교관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사회를 형성해 온 서구교회는 중세에서 20세기 중반 근대선교에 이르기까지 공식적 선교현장이 언제나 비서구 지역인 해외 현장만을 의미했다"며 "이런 서구교회 관점의 선교이해가 그대로 아시아 신생교회에 적용돼 복음과 기독교 영향을 받지 않은 아시아 국내 현장이 선교적 관심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 같은 선교관은 지역사회에 폐쇄적이면서도 해외 선교를 지향하는 모순된 선교관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교회중심적 신앙구조인 아시아교회는 전통이 짧고 조직과 체계가 든든하지 못할 경우 목회자 역할이 강조되는 구조를 갖게 된다. 그는 "목회자 중심구조는 교인들의 독립성, 자율성을 키우지 못하고 목회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신앙생활을 하게 만든다"며 "좋게는 목회자에 따라 긍정적 영향력이 크게 나타날 수 있으나 반대로 목회자의 잘못된 인식으로 교회 전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회자 중심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평신도의 역할을 축소시킨다는 점"이라며 "세상에서 평신도의 신앙적 실천이나 직업 소명 같은 중요한 신앙관을 교회적인 일로 축소시킨다"고 말했다. 좁게는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넓게는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소명을 맡은 기독교인의 책임과 소명의식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시아교회의 특성을 바탕으로 건강한 지역교회를 유지하고 교회 연합과 대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공교회 체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총회 차원에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시아 상황에서 선교적 교회론을 구축하려면 △지역사회를 선교현장으로, 지역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생각하는 선교관의 전환 △지역사회와 지역주민과 더불어 함께하는 교회 △교회 제직을 지역사회의 리더로 생각하는 등 평신도의 선교적 역할 강화 △교회 조직과 구조를 교회 내부지향적 구조에서 교회 밖의 지역사회를 향한 선교적 교회구조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전세계 교회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선교적 교회론은 세계 상황의 요청에 대한 응답일 뿐 아니라 교회론의 회복을 가져온다"며 "서구교회가 교회유지와 보전을 위한 내향적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흩어지는 교회, 즉 가는 구조(go-structure)로의 전환을 역설했다면 한국교회는 가는 구조와 오는 구조(come-structure)와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지역교회 중심의 구조적 특징과 강점을 살려 복음의 시너지를 나타내고, 사회변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