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동성결혼이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영국에서 여성 동성애 부모가 자녀의 세례증서에 자신들을 모두 모친으로 등재해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성공회도 더 이상 동성결혼을 반대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와사스의 동성애 부부 아이미(Aimi)와 빅토리아 레게트(Victoria Leggett)는 지역 성공회 교회를 찾아가 아들 알피에(Alfle)의 세례를 원하며 자신들을 모친으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국선교연구원 파발마가 최근 외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교회의 조지 게바우어(George Gebauer) 목사는 동성부모를 인정할 수 없다며 요청을 거절했으나, 영국 성공회 고위 성직자 개빈 콜린스(Gavin Collins) 신부는 바우어 목사의 입장을 번복하고 성공회 교회가 자녀의 세례를 거행하며 두 여성을 모친으로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상원은 지난 7월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성공회 교회에서는 동성결혼식을 열 수 없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 조항에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은 성공회 교단을 상대로 모든 성공회 성직자들이 동성애 결혼식을 거행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동성애자 주교 임명 허용에 이어 동성결혼을 인정한 영국 성공회의 동성애 허용 논란은 세계성공회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는 자유주의적인 영국, 캐나다, 미국의 성공회와 현재 성장하고 있는 보수적인 아프리카의 성공회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웰비 대주교는 영국 상원 의원 시절 동성애 부부의 합법화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으나 최근에는 복음주의 성공회 교인들에게 동성연애자를 향한 차별적 행동에 회개해야 하며, 교회가 동성연애를 받아들이는 '혁명적인 결단'을 하지 못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 동성애 합법화에 대한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보수적인 성공회 성직자들은 영국 성공회의 동성애 허용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달 회의를 열 예정이다. 동성애자의 성직 임명과 동성결혼 반대를 주장해 온 우간다의 스탠리 엔타칼리(Stanley Ntagali) 대주교는 "이 문제들이 세계성공회 교회에 뿌리 깊은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냐의 엘리웃 와부카라(Eliud Wabukala) 대주교는 "동성애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창조 질서를 뒤엎는 행동이며 교회의 심각한 영적 질병의 증상"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2005년부터 동성 커플에게 부부와 비슷한 권리를 주는 '시민 동반자법'(civil partnership )을 시행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합법적으로 동성결혼이 허용된다. 현재 동성결혼을 허용한 국가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덴마크, 우루과이, 뉴질랜드 등 14개 국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