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2개씩을 주고 받은 공방전 끝에 무서운 뚝심을 뽐낸 두산 베어스가 리버스 스윕쇼를 선보이며 플레이오프에 안착했다.
두산은 역대 22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2패 후 3연승을 거둔 두 번째 사례로 이름을 남겼다. 앞서 유일한 리버스 스윕 역시 2010년 두산이 달성했다. 당시 두산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롯데 자이언츠에 두 경기를 빼앗긴 뒤 3연승을 챙겼다.
두산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연장 13회초 나온 최준석의 결승 솔로포에 힘입어 넥센 히어로즈를 8-5로 제압했다.
1,2차전을 모두 빼앗겼던 두산은 벼랑 끝에서 내리 세 경기를 쓸어 담으며 3승2패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홈런 3방의 힘이 컸다. 두산은 4회초 이원석의 기선 제압 스리런포와 최준석의 결승 솔로포, 오재원의 쐐기 스리런포로 승부를 끝냈다. 선발 유희관은 8회말 선두타자 김민성에게 중전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5번째 투수 윤명준이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은 16일부터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두 팀의 가을야구 격돌은 2000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 만이다. 7전4선승제로 진행된 당시 경기에서 두산이 LG를 4승2패로 물리쳤다.
페넌트레이스 3위로 창단 후 첫 가을야구에 합류한 넥센은 2승 뒤 3연패로 탈락했다. 0-3으로 뒤진 9회말 박병호의 드라마 같은 3점포로 흐름을 되찾는 듯 했지만 계투진의 붕괴로 플레이오프행에 실패했다. 연장 13회 터진 이택근의 투런포는 승부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초반 분위기는 두산이 가져갔다. 두산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브랜든 나이트를 압박했다. 병살타와 도루 실패로 흐름이 끊기긴 했지만 유희관에게 퍼펙트로 끌려가던 넥센과는 대조적이었다.
수 차례 두드림 끝에 문이 열렸다. 두산은 4회초 1사 후 오재일과 홍성흔의 볼넷으로 주자 2명을 내보냈다. 나이트의 제구 불안을 물고 늘어지며 또다시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등장한 이원석은 볼카운트 1B-2S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로 연결했다. 불리한 볼카운트였지만 슬라이더에 자기 스윙을 가져간 것이 주효했다. 스코어는 두산의 3-0 리드.
넥센은 유희관-최재훈 배터리 조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박병호-김민성-강정호가 등장한 2회에는 삼진 3개로 물러나는 등 5회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끌려가며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유희관은 5회까지 전체 아웃 카운트 15개 중 절반이 넘는 8개를 삼진으로 장식했다.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넥센은 오재영-한현희를 투입해 추가점을 저지했지만 타선이 침묵을 지켰다. 유희관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위력으로 거침없이 아웃 카운트를 늘려나갔다.
잠잠하던 넥센이 추격을 시작한 것은 8회말이었다. 넥센은 선두타자 김민성의 중전 안타로 노히트 노런으로 호투하던 유희관을 끌어내렸다. 이후 극도의 부진을 보이던 강정호까지 변진수에게 우전 안타를 날려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이성열의 1루 땅볼로 1사 1,3루를 만든 넥센은 유한준의 투수 앞 병살타로 점수를 뽑는데 실패했다.
넥센의 저항은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도 이어졌다. 대타 문우람과 서건창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무사 1,2루로 두산을 압박했다.
두산의 선택은 1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마무리 투입이었다. 급하게 소방수로 투입된 니퍼트는 대타 장기영과 이택근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남기고 들어선 이는 박병호. 박병호는 볼카운트 3B-0S에서 4구째를 통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동점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패배 위기에 몰렸던 넥센을 살려주는 한 방이었다.
그러나 넥센의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두산은 불펜진을 총동원해 넥센의 끝내기를 막았다.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은 연장 13회였다. 두산은 대타 최준석이 강윤구에게 솔로포를 쏘아 올려 다시 치고 나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병헌의 적시타로 5-3을 만든 두산은 오재원의 3점 홈런으로 넥센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한편 양팀 모두 사활을 건 이날 경기에서는 진기록이 쏟아졌다.
오후 6시에 플레이볼을 알린 경기는 4시간53분이나 진행되면서 불과 사흘 전 3차전에서 세운 4시간43분의 역대 최장시간 기록을 갈아치웠다.
13회에 주고받은 7점(두산 5점·넥센 2점)은 역대 포스트시즌 연장 한 이닝 최다 득점으로 기록됐다. 종전기록은 2004년 10월9일 광주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전 연장 12회에서 나온 6점이다.
또한 두산과 넥센 투수들은 각각 13개와 11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종전 준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24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