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학회 회원들이 통일부 보조금을 받아 스페인에서 회의를 진행한 과정에서 일부 일정 대신 관광을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류길재 통일부장관도 당시 회원자격(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으로 참여했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정치학회(회장 유호열 고려대 교수) 회원 23명이 통일부로부터 보조금 1억4535만원을 받아 지난해 7월7일부터 11일까지 세계정치학회(IPSA) 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했지만 일부 공식일정은 진행하지 않고 관광을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우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는 열리기로 예정됐던 워크숍은 개최지역인 마드리드를 벗어나 톨레도성당에서 열렸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자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치학회는 이에대해 행정상의 착오이며 가야금이라는 한국식당에서 워크숍을 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 의원실측은 "스페인에 확인해 본 결과 워크숍은 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통일부는 보조금 자체감사를 실시해 "세계정치학회 회의 참석 기간 중 출장업무와 무관한 현지관광 실시 여부에 대한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 의원측의 설명이다.
우 의원측은 또 학회는 세계정치학회 회의에 참석한 외국인 학자들에게 1인당 300유로(한화 약 45만원)씩 총 약 1500만원을 사례비로 집행했지만 사례비를 받은 외국학자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공식 행사인 1, 2, 3차 패널에 발제자나 토론자로 참석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국정치학회는 이에 대해 라운드테이블 사례비라고 해명했지만 라운드테이블 개최와 관련한 어떠한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우 의원측 설명이다.
우 의원은 "출장 목적으로 해외에 나갔을 경우 일정부분 관광 프로그램이 포함될 수는 있지만 이처럼 공식일정을 빼먹은 채 노골적으로 관광을 다니는 것은 문제"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관광을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로 즉각 환수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치학회 보조금은 통일정책실의 민간통일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단년도 사업으로 지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