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역 국회의원으로 내란 음모혐의로 구속 수감되었다. 지난 8월 28일, 국정원이 이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고, 9월 16일, 검찰이 내란음모혐의로 기소하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혁명조직 RO(Revolution Organization)을 결성하여, 올해 5월, 조직원 130여 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전쟁대비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지시했고, 국가기간시설 타격 등 적극적 동시다발적인 폭동을 수행해 대한민국 체제의 전복을 모의했다. 그는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군사비밀을 알아내려 했고, 국회마저 '혁명의 교두보'로 삼아 자유민주 체제를 폭력적으로 전복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 대다수에게 너무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이석기 의원 사태를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진보당 말살하려는 내란음모조작을 통한 친위쿠데타로 규정하여, 통진당의 종북성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석기 의원 사태는 하나의 위태로운 징후이다. 우리 사회가 진보적 비판세력과 파괴적 체제전복세력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균형 있는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다. 보수적인 정권이 행한 잘못에 대한 진보진영의 건강한 비판 없이 국가의 병폐와 부정의와 비민주적인 질서를 고칠 수 없음을 우리는 인정한다. 그러나 검찰이 이석기 의원의 이적행위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과 언론과 진보진영은 이런 민주질서를 위협하는 종북 좌파에 대한 선긋기를 주저하고 이들을 보호하려는데 급급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병적인 징후를 보여준다.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우리의 후손들을 염려하는 진보정치인이라면 적어도 이석기 의원 사태에서 드러난 종북세력의 방향과 진보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차이 정도는 명백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연관하여, 교육부가 지난 8월말에 우파적인 시각으로 서술된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다른 7종의 좌파적인 시각의 교과서들과 함께 검정을 통과시키자, 좌파진영의 정치인들과 역사학계와 교육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첨예한 갈등을 노출시키고 있다. 진보진영은 교학사 교과서가 일본의 식민지배 역사를 왜곡하고 이승만 독재정권과 5·16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고 역대 대통령에 대해 편향적으로 평가하는 등 지나친 반공코드로 역사적 중요사실을 축소·왜곡하고 있고, 학계의 일반론과 교육계가 이제껏 가르쳐 왔던 내용과 전면 배치된다며 검정교과서로 매우 부적절해 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보편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택한 대한민국에 정통성이 있다고 보고 역사를 서술했다고 밝히면서, 기존의 역사학계와 교육계가 한국사 인식에서 지나치게 친북, 친공, 반미, 반일, 반자유민주주의의 좌편향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검정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 안의 역사에 대한 이념적 시각의 극단적인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데 양편이 둘 다 강점과 약점을 보여준다. 진보진영은 한국의 현대사를 친일과 독재의 암울한 역사에 대항하여 싸운 민중의 역사로 규정한다. 이들은 친일의 역사와 군사독재를 비판하고 그 잔재를 청산하고 자주적인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 역사인식은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향한 노력에 있어서 나름 의미있는 중요한 공헌을 한 것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의지가 약한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의 역사인식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친일과 독재로 점철되었고 지금도 그 잔재가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과거사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역사학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데 주저하고, 6.25전쟁을 남북한 공동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미소 양대세력의 대립에 의한 결과로 보면서 북한의 책임을 약화시키려 하고, 또 북한의 억압적인 통치와 시대착오적인 공산주의와 김일성주체사상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용납하면서 비판하기를 삼가고,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보수적인 대통령들에 대해서, 그들이 우편향적인 시각에 대해서 비판하듯이 동일하게, 좌편향적으로 비판일변도로 폄하하는 것에서 우리는 진보진영의 왜곡된 역사적 시각을 본다.
우리는 우파적 시각이든 좌파적인 시각이든 편향이 없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데서 이념 갈등의 해결이 있다고 본다. 역사교과서의 문제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진로를 가름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사 인식을 둘러싸고 본격화되고 있는 좌우 이념의 충돌이 진실을 추구하는 역사연구의 본연의 처지를 망각하고 편 가르기와 상대 주장에 대한 무조건적 폄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보수와 진보의 두 진영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지키려는 소아적 결단에 의해서 국가적 혼란이 양산된다면, 이 나라에 미래가 없다. 실제로 역사를 진실의 편에 서서 이해하는 것은 우리 국가를 세우는 중차대한 정치적 과제임과 동시에 시대의 양심을 하나님의 부르심과 연관시키는 신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사회가 올바르고 체제 통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열린 사회로 남도록 하고 우리 민족이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도록 돕는 것이 참된 역사교육의 과제가 될 것이다. 양심은 한 특정한 정파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우파나 좌파 모두가 다 진정한 양심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하나님의 역사에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고 다시 그 역사의 의미를 음미해야 한다.
신앙의 사회적 전개를 추구하는 샬롬나비는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사회 운동가들이 함께 뜻을 모아가도록 기도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우리 사회가 국가질서에 대한 건강하고 진정한 이념비판을 받아들여 사회의 건전한 변화를 이루어 나가되, 건강한 사회비판 세력과 체제전복 세력을 분리하여, 이석기 의원 사태에서 드러난 바 무분별한 종북좌파 세력이 더 이상 자유민주질서를 위협하지 않도록 힘쓸 것을 촉구한다.
둘, 작금의 역사학계에서 일어나는 좌우의 이념갈등은 자신의 편협한 시각을 인정하는 겸손함과 상대방의 시각에 있는 긍정적인 관점을 경청하고 수용하려는 용기를 통해서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따르려는 우리의 양심의 소리를 경청하여, 자신의 이념만을 절대화하고 상대방을 부정하려는 독선과 편협과 교만을 배제하고, 역사 속에서 이루어야 할 국가와 인류공영의 목표를 향하여 서로 배울 것을 촉구한다.
셋, 한국교회는 이러한 사회적 이념의 갈등과 혼란에 대한 목회적,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좌우 이념을 초월해 있는 하나님 말씀 위에 굳게 서서 우리 사회의 양심적이고 비판적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유와 평등과 인간 존엄과 상생(相生)이 우리 사회에 한반도에 뿌리내리도록 기도하고 힘써야 할 것이다. 교회 성장주의와 교단 이기주의의 아집에서 나와서, 한국사회가 이념적으로 건강하게 성장 발전하는데 초창기 교회처럼 그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10월 2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