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고종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투구를 비롯한 조선 왕실 물품 다수를 공개했다.
고종의 관복(동달이)과 익선관(冠) 등 20여점의 유물이 이날 '조선시대의 미술'이라는 기획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이 전시물 일부는 도난품일 가능성이 있어 우리 시민단체가 문화재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
유물의 보전 상태는 거의 완벽했다. 이 중 10여점의 유물은 도쿄박물관이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아 공개하지 않고 보관해온 것이다.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1870~1964)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의 문화재를 대거 수집했다. 그가 사망한 후 아들이 문화재 1040점을 1982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날 전시물 중에는 나무로 제작해 옻칠을 한 '풍혈반(風穴盤)'이라는 소반도 전시됐다. 오구라 컬렉션 도록에는 이 소반이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를 시해한 자객이 방에서 들고 나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도쿄 '고려박물관'의 이소령 이사는 밝혔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전시 중인 조선시대 투구(왼쪽)와 갑옷(가운데), 소반인'풍혈반'. 도난당한 왕실 문화재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차학봉 특파원 이날 도쿄박물관을 찾은 시민단체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전시된 투구에는 왕을 상징하는 발톱이 5개 달린 용이 새겨져 있고 투구 양쪽에 날개가 달린 점과 제작 연대 등을 감안하면 고종의 투구와 갑옷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난품 논란을 감안한 듯 도쿄박물관은 전시 안내문에 왕실 관련 물품이라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