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SOC 예산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사하면서 지역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29일 오전 KBS 시사대담프로에 출연해 '2014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SOC예산 감액을 재확인했다.
이 차관은 "수입이 부족하다보니 나라 살림이 어려워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지출을 줄이게 되면 경제활력 회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재정수지와 지출, 수입 등 3가지 측면을 다 감안해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더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2014년도 예산을) 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출규모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재정측면에서 최대한으로 했다"며 "경제분야 중심으로 이루고 있는 SOC·산업·농림분야는 과감한 세출구조 조정을 해야 하지만 내년에 한 해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해 내년 이후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임을 암시했다.
내년 예산은 안 깎지만 내후년부터는 삭감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기재부는 그동안 SOC 예산의 구조조정을 여러차례 시사해 왔다. 역대 정권 처음으로 공약가계부를 만들기로 하면서도 SOC 예산 감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내년 예산도 정부가 "올해 수준에 맞췄다"고 했지만 규모는 올해 25조261억원에서 4.3% 깎인 23조2621억원으로 편성됐다. 당초 정부는 과감한 삭감을 계획했으나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부분의 예산도 계속사업에 집중 투자되는 대신 신규 예산은 타당성 조사 비용 700억원 선에 그친다.
기재부는 "앞으로 SOC 신규사업은 타당성부터 확실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SOC 예산이 축소될 경우 SOC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는 점.
이미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복지예산을 놓고 한차례 격돌했다. 각종 행사비를 줄인 것도 지자체를 의식한 조치라며 불만이 크다.
정부가 중앙-지방의 기능조정을 전제로 연간 5조원 규모의 지방재정 확충 계획을 밝혔지만 지자체는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현행 5%에서 16%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안은 내년 8%, 2015년 이후 11% 적용이다.
또한 SOC예산이 줄어들면 공공사업 의존도가 높은 지방건설업체에는 직격탄이 된다.
기재부는 26일 밝힌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SOC 예산을 2015년 22조원, 2016년 20조5000억원, 2017년 19조2000억원으로 매년 깎겠다고 밝혔다. 2013년 대비 2017년 예산은 5조1000억원 가량이 준다.
이렇게 되면 지방경제에 미칠 영향은 당연하다. 건설이 지자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6%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공공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선 것이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SOC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