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7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간접 정황만 제시했을 뿐 직접 증거가 될 만한 핵심자료는 공개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조상철 대변인은 진상조사에 착수한지 2주일 만인 이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언론에 발표한 내용은 이제까지 보도된 내용을 답습하거나 간접 정황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특히 채 총장이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54·여)씨에게 직접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주변인 진술 등으로만 의심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가 "그동안 채 총장이 밝혀온 내용들과 다른 것"이라며 내놓은 증거는 우선 채 총장이 임씨가 운영한 부산 카페와 서울 레스토랑에 상당 기간 자주 출입했고 임씨가 조선일보의 첫 보도 직전인 지난 6일 새벽 집을 나가 잠적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채 총장과 임씨 역시 인정했던 사실이지만, 이들은 이미 "손님 중 한명이었을 뿐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잠적 역시 언론에서 확인했던 부분이다.

또 임씨가 2010년 부인이라고 자칭하며 고검장이던 채 총장 사무실을 방문했고 거절당하자 부속실 직원들에게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꼭 전화하게 해 달라"고 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것은 이번 조사에서 새로 밝혀진 내용이다. 다만 주변인의 진술에 그쳐 신빙성이나 증거능력을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무부는 이 외에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여러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며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자료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진술 내용과 어떤 자료가 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또 "채 총장은 진상규명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임씨는 잠적한 상태"라며 "본인들의 진술은 듣지 못했다"고 스스로 한계를 드러냈다.

일각에서 제기된 아파트 보증금 지원 등 금전거래 문제와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11)군의 학교 기록 등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공개하지 않은 진술과 자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진행 중인 정정보도 청구소송 재판 진행 과정에 활용될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아직 소송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 확답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법무부 발표로 최종 진상규명은 결국 법정에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임씨의 주소 및 인적사항이 확인되는대로 유전자감식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채 총장에 대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를 발표한 지난 13일 이후 2주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청와대에 사표 수리를 건의한 만큼 반려되지 않는 이상 당장 본격 감찰에는 착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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