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기초연금을 둘러싼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해 "(기초연금을)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기초연금 공약 수정 논란에 대해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현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이 큰 상황이고 재정건전성도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같이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하지만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라며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로 재정을 수반하는 대부분의 공약은 계획대로 내년 예산안에 담겨 있다"면서 "비록 지금은 어려운 재정도 지하경제 양성 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임기 내 공약 실천 위해 최선 다할 것"
이날 박 대통령은 논란의 핵심인 기초연금에 대해 이처럼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도 정부의 입장을 적극 밝히고 향후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가입기간이 길수록 가입자가 받게 되는 총급여액은 늘어나 더 이익이 된다. 어떤 경우에도 연금에 가입한 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되도록 돼있고, 연금에 가입해서 손해보는 분들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 복지를 비롯한 정부 공약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나라가 가야할 방향"이라며 "앞으로 소득 상위 30%의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안은 자신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장한 것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기초연금을 도입해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못하신 많은 어르신들게 노후에 필요한 최소한 소득을 보장해드리고 1인1연금을 정착시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인 우리나라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었다"고 말했다.
또 "2008년에 도입한 기초노령연금은 급여액이 9만6000원으로 너무 적어서 그것으로는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이것으로는 어르신들의 생활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연금과 연계가 돼 있지 않아 국민연금이 성숙돼도 그것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게 됐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노후 소득보장 제도를 만들고자 기초연금 도입을 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약속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당선 뒤 이뤄진 기초연금 도입 논의를 들어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을 지급할 경우 2040년에는 157조원의 재정소요가 발생하게 돼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넘기는 문제가 지적됐다"며 "소득상위 20∼30%는 제외하고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데 대해서 합의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향후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에 대한 의견수렴을 해나가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영욱 기자 = '공약 후퇴' 논란이라는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기초연금 수급안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3.09.26. mirage@newsis.com 2013-09-26
또 "경제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세수확보 등의 모든 노력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권과 국민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제2의 한강의 기적 일으켜야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민생법안 통과를 위한 여야의 협력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정성과 진실을 담아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어르신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언급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런 저런 의미를 붙이기보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말씀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예산안에 경제살리기 절박함 담아"
박 대통령은 이날 의결한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세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해 내년 예산을 짰다"며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정해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절박함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세수결손이 크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금년도 세입 예산이 과다하게 편성된 결과 올해 세입은 당초 예상보다 20조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고 12조원에 달하는 세입감액 추경을 했지만 여전히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재정수지가 금년보다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면서 수출과 투자에 대한 지원 확대, 창조경제 기반 확충,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비롯한 경제활성화 재정지출을 최대한 늘려서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재정에 대해서도 최대한 배려를 했다"면서 "부동산시장 정상화에 반드시 필요한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서 신장성이 높은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에 넘김으로써 보육을 비롯한 복지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입 감소로 악화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특단의 노력도 담았다"며 "업무추진비와 여비의 10% 감축, 고위 공무원 보수 동결 등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최대한 최대한 절약키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 당면과제인 경제활성화와 중장기 과제인 재정건전성 유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총수입 370조7000억원, 총지출 35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5년간 국가채무 비율을 GDP대비 30% 중반대로 관리키로 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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