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물지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해 그의 책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우주는 중력에 의해 만들어졌지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국내 한 물리학자가 “호킹이 우주의 생성을 설명하는 방법은 매우 천재적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의 제안을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서강대학교 연구교수 과정에 있는 염동한(사진) 박사가 호킹 박사의 무신론적 성향에 반대하며 한 말이다. 그는 지적설계연구회(회장 이승엽 박사)가 27일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개최한 제16회 ‘지적설계 심포지움’을 통해 호킹의 이론을 분석했다.
염 박사에 따르면 호킹이 말한 우주 생성 이론의 핵심은 그의 ‘무경계 제안’(no-boundary proposal)에 있다. 호킹을 비롯한 물리학자들은 최근 우주가 만들어진 원리를 설명함에 있어서 다양한 가설을 내세우는 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무경계 제안이다.
염 박사는 “우주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면 특이점, 곧 우주의 출발이 어디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과학으로 분석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서 호킹은 특이점을 피하는, 따라서 ‘경계가 없는’ 경계조건을 제안했다. 이 방법은 특이점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없이 우주의 생성을 설명할 수 있는 매우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킹의 무경계 제안은 (우주를 설계한 설계자가 있다는) 설계논증을 무력화 하는 하나의 방법이면서 동시에 우주의 특이점 문제를 해결해 우주의 자발적 생성을 설명하는 방법이 된다”며 “이것이 그의 책 ‘위대한 설계’의 기본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 박사는 그러나 “결국 무경계 제안이라는 것도 호킹 스스로의 발상일 뿐”이라며 “그의 방법을 도입해 설계논증을 대체하는 것을 시도할 수는 있으나 이에 관한 정합적인 이론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과학적이라고 할 때는 어떤 현상을 실험 등의 방법으로 ‘현실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그의 제안이 과학적 실험으로 현실화할 수 없는 하나의 ‘가설’이라면 그것이 ‘설계자’를 가정하고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킹 박사가 제안한 이론은 과학을 공부하는 학자의 입장에선 매우 천재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이론을 절대적으로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염 박사는 강조했다.